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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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2018년 12월 17일 15시 21분  조회:3178  추천:0  작성자: 방홍국
 해후
 
산책중이였습니다
언제나처럼
둔덕 길엔 나 혼자였습니다
해살이 쏟아지는 굽이에 서서
음악에 춤을 추고 있는데
스르륵 누가 옷깃을 스칩니다
화딱 눈을 떠보니
누른 암소 한분입니다
배가 만삭이고
탱탱히 부어 오른 젖주머니가
철써덕 철써덕
이다리 저다리
뒷다리에 부딪혀
터질까 두렵습니다.
 
좁은 길에서
너펄너펄 춤을 춘 내가
꽤 미웠나 봅니다.
하지만 나야
이시간 이 길에서
소님을 뵈온적 있어야지요
 
미안하다는 내 인사를
들은체도 않고
터벅터벅 길을 내려 갑니다
 
어디 무슨 일이 계시여
한겨울 바람부는 둔덕길에
만삭의 몸으로
나서시였을까요?
 
2018.12.14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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