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떡치는 녀자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월29일 11시04분    조회:437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새해는 설을 의미한다. 설날이면 의례 들려오던 떡메소리이다. 시골의 년중 명절가운데서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떡을 쳤다. 그만큼 놓치지 않고 떡보로 쇠였다는 얘기다. 어릴적부터 설과 떡은 하나로 인식해 몸에 배였다. 참대저가락으로 집은 커다란 찰떡 낱개를 팥고물에 묻혀 설빔입고 냠냠거리며 즐겼으니 말이다.

세시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건 뽕나무집 ‘뽕꼬대' 라는 별명을 가진 녀인이다. 원명이 배순덕이지만 본명보다 더 익히 통하는 ‘실명'이였다. 그것도 ‘떡치는 녀자'라는데서 더 팔방미인이였다. 주부가 남자구실로 떡을 쳤으니 그럴만 했다.

여느 세대는 물론, 가가호호마다 바깥량반이 떡메를 휘두르기 마련인데 하필이면 뽕나무집만은 ‘뽕꼬대'가 남정네 역을 맡았을가? 그렇다고 배순덕은 남편이 사망한 미망인 상부거나 소박맞은 과부는 아니였다. 또한 서방님이 장애자인 것도 더욱 아니였다. 결국 멀쩡한 실농군 남편을 둔 부녀자였음에도 힘장수라는 불행 아닌 불행 때문에 ‘떡치는 녀자'라는 놀림가마리로 된 ‘뽕꼬대'였다.

전해 설날이였다. 여느 때 없이 시루에 찐 떡쌀을 안반이라는 떡돌에 놓고 찰떡을 쳤다. 절반쯤 쳤을가 할 때였다. 갑자기 남편이 세게 휘두른 원목 떡메의 대가리가 방망이에서 빠져나갈 줄이야...불발탄이래도 에누리 없이 그녀의 태양혈과 귀방울을 일격했다. 다행히 관통상은 아닌 찰과성이였다. 붕대는 커녕 당금 처치할 헝겊도 미처 없었다. 바빠 맞은 가해자는 얼른 가제로 된 흰 떡보자기를 북 찢어 안해의 상처를 싸맸다.

피가 떡돌에 떨어졌다. ‘뽕꼬대'는 기겁해 죽는 소릴 질렀다. 떡메가 뚝심 관성을 못이겨 탈선해 ‘뽕꼬대'를 피습하고는 봉당벽에 부딪쳐서야 바닥에 떨어졌다. 데굴데굴 나뒹구는 떡메와 빈 자루를 보던 남편이 툴툴거린다.

“어허...개 보름 쇠듯 설을 쇠는구려...”

그녀는 떡쌀이 튕긴 남편의 얼굴을 째려 보았다. 그리고는 떡돌의 피를 행주로 닦고나서 밖으로 씽하니 날라 갔다. 이렇게 설이건만 채 치지 못한 찰떡 아닌 찰밥 범벅으로 굼땠다면 떡돌도 떡판으로 교체된 시점이였다.

“돌에 사람을 잡는 귀신이 붙었나보지, 나무로 된 떡구유를 써야 안전할 것 같아요!...”

청석으로 된 떡돌이 안반모탕이로 바뀌였다. 이어 떡메 임자도 남자로부터 녀자로 교대되였다.

며칠 후다. ‘뽕꼬대'가 동강 난 떡메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왔다.

“울 집 나그네 어찌나 도깨비 힘을 쓰는지...또 떡메 손잡이가 빠져 나올가봐 무섭스꾸마, 좀 잘 손질해서 든든하게 고쳐줍소!...”

동네 도목수 아버지를 찾아온 ‘뽕꼬대'녀인의 속사정이자 통사정이였다. 아버지는 내색을 하지 않고 손자귀와 끌 그리고 진드레가 담긴 목수상자를 들고 나왔다.

“새로 떡메 자루를 맞춰야겠구만”

아버지는 굵고 짧은 나무토막의 중간에 구멍을 뚫었다. 연후에 자투리를 쐐기처럼 넣어 애교로 밀봉하니 수리가 끝났다. 일손을 거두던 아버지의 우스개 또한 걸죽했다.

“인절미나 흰떡 따위를 치는 메라지만...두번 다시 사람 머리는 박지 말게나. 공연히 복수한답시고 남편 머릴 치지 말게나...”

그날에야 우리는 물론, 온 동네에서 ‘떡치는 녀자'의 비밀을 알게 됐다. 결국 그녀는 ‘찰떡 녀장군'으로, ‘떡메 왈패'로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

그때로부터 긴 세월이 흘렀다. 가목사시 교통국의 지인 최광흔이 돈화로 출장 왔던 김에 나를 찾아왔다. 서시장 찰떡을 사갖고 로모한테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음식매장에 들렸다. 그런데 거기서 ‘뽕꼬대'녀인을 만나게 될 줄이야...그녀도 나도, 우린 서로를 한눈에 알아 보았다. 귀가의 잔주름이 늘었지만 자주색 토시와 옥색 행주치마를 입은 그녀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뽕꼬대'도 너무 반가워 팥고물을 찍느라 비닐장갑을 낀 손을 내밀다 말고 지갑에서 작은 메모지를 건네준다. 구겨진 담배종이같았는데 들여다보니 기다란 아라비아 수자로 된 BP번호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난 그때도, 그 후에도 BP를 갖춘적 없었다. 며칠 후 다시 서시장 매대를 찾았을 땐 그녀가 이미 자리를 떴다. 옆사람들 말로는 서시장매대를 접고 남편과 함께 대련인지, 청도인지 옮겨 갔단다. 타관객지에서 떡장사를 크게 한단다.

아, 떡치는 녀자의 주소판도가 넓어지고 멀어졌다.

간혹 새벽시장이나 북대야시장, 철남야시장을 돌면서 혹시나 떡치는 녀자를 볼가 싶어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새벽시장에서 끝내 다시 떡치는 녀자를 만났다. 사연을 물으니 그 동안 천진에 가 떡장사를 해 짭짤하게 수입했단다. 요새 친손자 첫돌잔치로 잠간 연길에 왔던 김에 일일 난전을 벌인 것이란다. 말하는 한편 련속부절히 떡판에 떡쌀을 올려놓고 떡메를 휘두른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곁에서 남편이 물기 묻은 손으로 떡을 반죽한다. 아직도 남편이 아닌 안해가 떡을 치고 있었다.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노라니 웃음이 나왔다. 난 피뜩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른 떡 가게들에서는 자동기계로 떡을 치고있었다.

“왜 기계로 떡을 안치고 힘들게?...”

“떡은 쳐야 제 맛이 난다오, 떵떵 ...떡치는 소리 성수나오!”

잠간 숨을 톺던 ‘뽕꼬대'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소매를 걷어 올린다. 탱탱한 알통을 밴 팔뚝이 드러났다.

구럭과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은 ‘뽕꼬대' 떡집을 둘러싼채 줄을 지어 기다린다. 아마도 현장에서 가공한 패스트푸드나 스낵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준 풍경이라겠다.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즉석식품의 인기를 긍정할만 했다.

이번엔 광동성 심수에서 떡가공회사를 차린단다. 그러던중 ‘뽕꼬대'의 실적을 공식계정에서 보았다. 남방도시의 조선족련환모임에서 ‘뽕꼬대표' 찰떡민속전통음식전시회를 개최했다는 기사였다. 산뜻한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떡메를 메고 웃는 모습이 너무나 시대적이고 혁신적이였다. 곁에 선 남편의 얼굴도 미소가 가득 피여 올랐다. ‘찰떡궁합'과 ‘찰떡같다'와 ‘찰떡금슬'과 같은 찰떡근원의 형상묘사들을 가득히 떠올린 순간이였다.

‘떡치는 녀자'가 들려온다. 보인다. 가마에 찐 찹쌀을 절구에 담고 절구공이 찰싹찰싹 오르 내린다. 이어 떡메가 떵떵 마찰음을 연주한다. ‘떡치는 녀자!' 동질성의 보유자이자 전승인으로 묶인 덩어리이다. 설과, 떡과, 또한 떡과, 설의 고향사람과, 고향사랑 담합 그 자체이다.

/정호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030
  • 로씨와 장씨는 원래 친한 친구사이였다. 장씨가 돈이 급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로씨는 자신의 개인관계를 통해 다른 친구인 왕씨로부터 10만원을 빌렸고 자신의 명의로 왕씨와 차입계약을 맺었으며 왕씨는 계좌이체방식으로 장씨에게 돈을 지급했다. 최근 장춘시 구태구인민법원은 로씨가 왕씨의 원금 10만원과 리자를...
  • 2022-09-02
  • 개봉식에서 참가자들이 미니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돐 헌례작품으로 촬영 제작한 미니영화 《아~아름다운 연길강》 개봉식이 9월 1일 오전, 연길시 한성호텔에서 있었다. 영화 극본작가이며 감독인 손룡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연길강(연집강)부근에서 생활하고 ...
  • 2022-09-02
  •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돐에 즈음하여, 연변조선족자치주로령사업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연변 ‘가장 아름다운 로인-회갑연’이 9월1일, 연변체육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번 회갑연에는 전 주 각지에서 추천, 선발된 28명의 70주세 이상(최고령자 93세) 로인이 초청되였으며 연변 건설 과정...
  • 2022-09-01
  • 서정일교수, 가뭄과 알카리성에 잘 견디는 분자 메커니즘 연구에서 중요한 성과 획득 동북사범대학 생명과학학원 교수 서정일(38세)이 이끄는 연구팀은 식물(작물)이 가뭄과 알카리성에 잘 견디는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해내 알카리성(盐碱) 토지에 잘 견디는 농작물의 신 품종 육성에 중요한 리론적 근거를 제공했는바 길림...
  • 2022-09-01
  • 9월1일 연길시인민정부에서는 연길시에서 자치주성립70돐 대형불꽃야회를 거행할데 관한 통고를 발부했다. 통고에 따르면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을 경축하여 경사스럽고 즐거운 명절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연길시당위와 정부에서 ‘휘황찬 70성상 아름다운 연변'을 주제로 한 대형 불꽃야회를 펼치게 된다. 이...
  • 2022-09-01
  •   8월 31일 오전 9시30분, 중앙민족가무단이 연길시 조양천진 태흥촌에서 기층(연변)하향 문화혜민 공연을 펼쳤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돐을 경축하여 기층군중들의 문화생활을 풍부히 해주고 조화, 단결, 번영의 축제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중앙민족가무단이 연변에서 ‘중화민족 한가정'위문공연을 ...
  • 2022-08-31
  •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을 맞으면서 연변조선족자치주가 그동안 거둔 휘황찬란한 성과를 세인들앞에 전시하고 연변의 여러 민족 인민군중들이 단결분투하는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보여주는 꽃차퍼레이드(花车巡游)가 8월31일 오전 9시에 연길에서 화려하게 선보였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수부도시 연길시를 선두로 훈...
  • 2022-08-31
  •   30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 맞이 ‘클러스컵’ 연길시대중노래자랑 총결승전이 연길텔레비죤방송국 공개홀에서 펼쳐졌다. 20차 당대회와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맞이하여 음악애호가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당의 민족정책의 따사로운 빛발아래 여러 민족 ...
  • 2022-08-31
  • 8월 31일 오전, 연변작가협회에서 주최, 연변녀성문인협회에서 주관한 ‘녀성문인은 왜 문학의 중심에 서야 하는가?’ 문학연구토론회가 연길시 황관혼례청에서 개최되였다. 37명의 녀성문인들이 참가한 토론회는 연변녀성문인협회 회장 박초란의 사회하에 진행되였다. 연변작가협회 상무부주석 리혜숙은 축사에...
  • 2022-08-3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