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도 '3색 정신'은 꺼지지 않는다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조회:9496 ]

14일 프랑스 파리의 공화국 광장 조각상 주위엔 초와 꽃다발, 글귀가 자리했다. 전날 밤 9시20분부터 이날 0시20분까지 8곳에서 벌어진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129명(한국시간 15일 오후 11시 현재)이 숨진 걸 추모해서다. 프랑스로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였다.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을 빼곤 모두 공화국 광장 인근에서 벌어졌다. 시민들이 광장을 찾는 이유다. ‘Innocent(무고하다)’ ‘Pray For Paris(파리를 위한 기도)’란 글귀가 보였다. “테러 이후 우린 더 강해질 것이다. 공포는 없다”는 손 글씨도 보였다. 평화를 상징하는 심벌의 안이 에펠탑으로 바뀌었다.

 ‘흔들릴지언정 침몰하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 중세인 1358년부터 파리를 상징한 문장(紋章)으로 쓰였다. 중세 상인들의 이익집단인 한자동맹 소속 파리 상인들이 센강이 요동쳐도 파리라는 범선은 가라앉지 않고 꿋꿋이 항해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 이 문장을 썼다. 이게 자유·평등·박애란 근대 정신의 발상지인 공화국 광장 한쪽에 거대한 그라피티로 등장했다. 테러 후 그려진 것이라고 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만큼 절박했던 것일까. 프랑스인들의 마음 풍경이 아렸다.

 파리의 밤을 밝히던 에펠탑은 이날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조명을 껐다. 하지만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등 전 세계 주요 상징물들은 삼색기의 불빛을 밝히며 프랑스의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을 이어나갔다.

 10개월 전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흔적은 여전했다. ‘즈 쉬 샤를리(Je Suis Charlie, 나는 샤를리다)’도 남아 있었다. 당시엔 “리베르테(Libert<00E9>·자유)”의 열띤 함성이 광장을 삼켰다. 추가 테러를 우려한 듯 광장에 모인 군중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보다 크게 줄었다. 경찰이 수시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광장을 찾은 한 여성은 “우린 어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공포 속에 살긴 싫다. 함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바타클랑 극장은 광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록 공연을 즐기던 8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근에 살던 르몽드 기자가 찍은 동영상엔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위로 산 사람들이 달렸다. 생사는 이렇듯 절실했다.

 인근 본비에르 카페 주변엔 수십 개의 총탄 자국이 선연했다. 이곳에서 5명이 숨졌다. 열 살 남짓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선 초에 불이 꺼지면 곧바로 옆 초를 들어 불을 붙이길 반복하고 있었다. 뜨거울 텐데도 아랑곳없었다. 테러범의 살의와 아이의 사명감의 대비는 이질적이었으되 현실적이었다. 파리 시민 마리옹은 “내 도시를 보고, 내 거리를 보고, 내 사람들을 보며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우린 싸울 것이다. 우리나라도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다시 걸음을 옮긴 지 5분 남짓 르카리옹 바에 도착했다. 15명이 숨진 곳이다. 총알 구멍엔 꽃이 꽂혀 있었다. 동네 주민 쥘리에트는 “여긴 정말 특별할 게 없는 동네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사는 데다. 아무런 상징성도 없다. 어디서나 일어났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누구든 테러 대상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쥘리에트는 “오늘 낮 누군가에게 담뱃불을 빌렸더니 ‘정말 미안합니다. 없어요. 미안해요’라고 하더라. 별일 아니었는데도 정말 미안해했다. ‘무슨 얘기냐 당신 잘못이 아니다’고 해줬다. 모두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상한 감정이다. 함께한다는 느낌이기도 하다”고 했다.

실제 공감과 연대를 체감할 순간들이 이어졌다. 당국의 헌혈 요청에 세 시간 줄을 서 피를 내어준 이가 많았다. 조한나 나자르는 “한 번도 헌혈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두 번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고 했다.

 IS는 14일 공식 인터넷 선전 매체에 올린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된 성명에서 “8명의 형제가 십자군 프랑스의 수도를 공격했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테러 직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프랑스는 14일부터 사흘간을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가 안보 태세를 최상위급으로 올렸다. 국경 검문을 강화했고 학교와 에펠탑 등 주요 관광시설 등의 문을 닫았으며 스포츠 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추가 테러 우려에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파리에 요원을 파견해 테러 정보 수집에 나섰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라로저 코언은 14일 칼럼에서 “파리를 구하려면 IS를 물리쳐라. 인류의 이름으로 IS를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파일 [ 1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631
  • 2015년 1월 3일, 미국 백악관 사이트는 "2014 년도사진"을 공포했다. 그중에는 "오바마가 파리를 내리치다"는 제목의 사진도 들어있는데 설명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타원형사무실에 침입한 파리를 힘있게 가격하자 막료들이 크게 웃었다"고 쓰고있다. 이외에도 "오바마가 푸틴을 만나다","미국 제1부인 미셀이 자...
  • 2015-01-03
  • 현지시간12월 29일, 리비아 라스라누프 에스시데르 항 원유저장 탱크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8일 현지 관계자는 리비아 내전 중 발사한 로켓 공격으로 원유저장 탱크에 화재가 나 이틀째 진압 중이라고 밝혔다. 리비아는 이탈리아, 독일과 미국에 소방관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중신넷
  • 2014-12-31
  • 【자카르타=AP/뉴시스】문예성 기자 = 에어 아시아 여객기 QZ8501 실종 3일째인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색 및 구조 당국은 실종기 잔해와 희생자 시신 등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이날 인도네시아 공군 헬기가 보르네오섬 해상을 비행하던 중 사고 해역 근처에서 여러 구의 시신이 물 ...
  • 2014-12-30
  • (서울=뉴스1) = 여러가지 사정으로 실종된 에어아시아 여객기 QZ8501편에 탑승 못한 '천운의 가족'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비행기를 못타 발발을 동동 굴렀으나 결과적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살고있던 찬드라 수산토씨는 부인과 자녀 3명과 함께 당초 28일(현지시간) QZ8501편을...
  • 2014-12-30
  • 실종된 에어아시아 QZ8501편 항공기가 인도네시아 벨리퉁섬 동남쪽 해역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자카르타 포스트가 28일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Basarnas)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가운데 항공기에 타고있던 부분적 탑승객들과 기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여객기에는 승객 155명과 승무원 7명 등 162명...
  • 2014-12-29
  •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은 28일 실종된 에어아시아 QZ8501기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날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항공기인 QZ8501편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현지시간 오전 7시 24분에 관제탑과 연락이 두절됐다. 이 항공기는 수라바야의 주안다 국제공항에서 ...
  • 2014-12-28
  • 이슬람 수니파 무장반군인 ISIL이 시리아에서 자국 군 전투기를 격추하고 조종사 1명을 붙잡았다고 요르단 군 당국이 밝혔다.미군이 주도하는 ISIL 소탕 작전에 국제연합군으로 참여하고 있는 요르단 군은 성명에서, 요르단 조종사의 생사여부가 ISIL 손에 달려 있다며 격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영국에 본부를 둔...
  • 2014-12-26
  • 2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이 수천마리의 피 묻은 뱀의 시체가 바닥에 깔려 있는 인도네시아 카페타칸의 뱀 가죽 공장을 보도했다. 이 곳에서는 기절시킨 뱀을 날카로운 칼을 사용해 순식간에 가죽을 분리한 뒤 햇볕에 건조시킨다. 길이가 몇 미터가 달하는 이 뱀 가죽은 핸드백과 신발 공장에 팔리며, 크리스마스 시...
  • 2014-12-24
  • 일전 극단조직 이슬람국이 미제 탱크를 폭파하는 사진 여러장을 공포했다. 이 탱크는 미제 M1A1 주전 탱크로서 교전중 파괴되여 포기된 것으로서 IS무장분자들이 대량의 작약을 가져다 폭발시켜 완전 분쇄해버린것이다. 봉황넷
  • 2014-12-22
  •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경찰(NYPD)은 이날 오후 3시쯤 브루클린 베드퍼드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이스마일 브린슬리(28)라는 흑인 남성이 순찰차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 2명에게 접근해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라파엘 라모스(40)와 중국계 류원젠(32)으로 밝혀진 두 경찰관은 인근 병원으로 ...
  • 2014-12-22
  • 12월 16일(현지시간) 아침,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군부설 학교를 무차별 공격, 141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132명이 12~16살 학생인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아침, 파키탄 군인들이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의 공격을 받은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군부설 학교 뒤수습에 나섰다...
  • 2014-12-19
  • 17일(현지시간) 터키 카파도키아서 열기구가 추락해 중국인 관광객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했다. 주 터키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부상자중 2명은 중상이고 2명은 경상이다. 신화사
  • 2014-12-19
  • 12월 18일 12시(현지시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은 년례 년말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위기는 앞으로 2년간 지속될것이지만 외부요인에 따라 경제는 보다 빨리 회복될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러시아 경제에 맞는 대처로 진행하고있기 때문에 회복이 빨라질것이라는 설명다. 이날 기자회견에...
  • 2014-12-19
  • 현지시간 12월 1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쿠바는 돌연 수감자들을 교환했다. 2009년 쿠바에서 간첩활동을 한 죄로 수감됐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65)가 석방돼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 당국도 그로스의 석방에 맞춰 1998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현지 망명인사 등을 대상으로 간첩활동을 한 죄로 투옥된 이른바 ...
  • 2014-12-18
  • 16일 새벽 1시 41분,한 네티즌이 바이두 인터넷게시판에 "복주시 진안구(福州市晋安区) 주방보장과 방산관리국 림부국장의 밤생활,사람을 부럽게 하네"라는 글과 함께 26장에 달하는 사진을 올렸다. 16일 오전,신화사 기자가  진안구 주방보장과 방사관리국 당위 부서기이며 기률검사위 서기인 장명충(张明忠)에게서 알...
  • 2014-12-16
  • 영국의 한 부부에게 현재 17명의 자녀가 있으며 곧 18번째 아기의 출산을 앞두고있다.     남편은 올해 43살, 안해는 39살로 두 사람은 죽마고우로 안해가 14살 되던해 첫 아기를 출산했으며 그후로 해마다 아기를 출산할 정도로 자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18번째 아기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부부...
  • 2014-12-16
  • 오스트랄리아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발생한 인질극이 경찰 대치 17시간만에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인질범을 포함해 3명이 죽고 경찰관 1명 등 4명이 부상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은 16일 “작전이 종료됐다”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중무장한 경찰이 이날 오전 2시 10분쯤 인질극 현장을 급습했다. 큰 폭발음...
  • 2014-12-16
  • 시드니 도심서 IS 추정 인질극(EPA=연합뉴스) 카페에 40여 명 인질로 잡혀…특수경찰 인질구조 작전 중 시드니오페라하우스서도 폭발물 의심물체 발견돼 소개령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인질극이 발생했...
  • 2014-12-15
  • 과연 이들의 결혼을 상식적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과거 미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찰스 맨슨(80)이 지난달 옥중에서 결혼했다. 특히 그의 신부는 무려 54세 연하인 26세 여성이다. 최근 AP통신은 "캘리포니아주 교도소에 수감 중인 맨슨과 26세 여성이 지난 7일(현지시간) 킹스 카운티로부터...
  • 2014-12-15
‹처음  이전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다음  맨뒤›
포토뉴스 더보기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