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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년 03월 11일 19시 05분  조회:2305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는 짧으면서도 큰 이야기/枯花-이희정 


시가 만약 감동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경우에서처럼 
사건 속의 인물을 내세워 묘사와 서술에 의지하여 표현하는 것이라면 
도저히 찗아질 도리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시는 시인의 생생한 체험의 직접성에 기초하여 
시인의 정감을 고도로 집중하여 표현하기 때문에, 

또 정서라는 것이 순간적인 충동과 격정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학 갈래와는 달리 짧으면서도 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도 결과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지 
실제 처음 시를 쓰는 분들에게는 그 자체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서정시의 이 같은 특징이 어떤 노력과 과정으로부터 나오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프리들랜제르의 글은 이 같은 궁금증에 좋은해답을 줍니다. 


서정시는 극히 작은 것--순간적이고 개체적이고 유일무이한--과 
가장 넓고 보편적인 것과의 통일을 지향한다. 
개별적이고 일시적인 넋의 상태나 현실의 가장 작은 화면을 통하여 서정시는 
현실의 가장 작은 부분 속에서도 반영되어 있는 동시대 실재성의 보편적 양식과 
구조 주변 세계의 모든 특성과 리듬을 표현하고자 한다. 

-리얼리즘의 시학 



바로 이 점, 작은 화면 속에 보편적인 것을 통일시키려는 노력에서 
이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이지요. 

다음 시를 봅시다. 


1947년 봄 
沈夜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해주의 경계선 용당浦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水深을 모른다. 

-김종삼, 민간인 



"동족 상잔의 비극, 그것이 어떠했는가!" 하는 웅변을 듣고, 
'분단의 아픔이 어떻게 남아 있는가'라는 천 페이지가 넘는 논문을 읽는다 한들 
어찌 이 시가 주는 감동을 따르겠습니까? 
참말 진짜 비극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리고 반세기에 가까운 분단의 아픔이 아직도 그 수심을 모르고 
우리 현대사에 드리워져 있구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 시입니다. 
그래서 칠흑 같은 밤, 
피난민을 가득 태운 직은배는 해 용담포에도 떠 있고, 
이 시를 읽는 시점인 청산되지 않은 분단의 칠흑 같은 어둠 한가운데에도 떠 있습니다. 

언제 퍼부을지 모르는 기관총이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고 있는 그들 앞에도 있고 
지금 제 앞에도 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것입니다. 
이제 엄마 젖이나 떼었을까 한 그 아이. 
어쩔 수 없어 입을 막습니다...... 
그리고 그런 비극이 지금도 변주된 모습으로 존재할 것 같습니다.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는 
여운 속에 아직도 그 비극이 시퍼렇게 살아 있음이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극히 작은 것--순간적이고 개체적이고 유일무이한' 사건 속에 
가장 넓고 보편적인 동족 상잔의 비극과 
그것이 환기하는 분단 청산이라는 민족의 염원이 통일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시는 짧으면서도 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를 쓰는 분들은 현실의 작은 국면 하나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 가치없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현실이 우리에게 "너는 눈 뜬 장님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때 그것이 환기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여 
커다란 감동으로 승화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시의 으뜸 특징을 취할 길에 들어 서게 됩니다.

 

===========================================================

 

연 ―신미나(1978∼ )



아버지는 고드름 칼이었다
찌르기도 전에 너무 쉽게 부러졌다
나는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꿨다

머리를 감고 논길로 나가면
볏짚 탄내가 났다
흙 속에 검은 비닐 조각이 묻혀 있었다

어디 먼 데로 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동생은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고
젖은 발로 잠들었다
뒤꿈치가 홍시처럼 붉었다

 

 

자꾸만 잇몸에서 피가 났고
두 손을 모아 입 냄새를 맡곤 했다
왜 엄마는 화장을 하지 않고
도시로 간 언니들은 오지 않을까
가끔 뺨을 맞기도 했지만 울지 않았다

몸속 어딘가 실핏줄이 당겨지면
뒤꿈치가 조금 들릴 것도 같았다      
        
 

 

어린 시절은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어린이가 이따금 다른 삶을 꿈꾼다. 자상한 아버지, 늘 예쁘게 화장을 하고 있는 엄마, 형제자매가 헤어져 있지 않고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사는 집. 그런 축복받은 가정은 드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뿐일까. 우리는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대개는 선택되는 것이다. 
 

 

시인은 ‘몸속 어딘가 실핏줄이 당겨지면/뒤꿈치가 조금 들릴 것만’ 같은 나이, 사춘기가 막 시작되려는 시기의 기억을 불러낸다. 춥고 쓸쓸한 겨울의 기억. ‘아버지는 고드름 칼이었다.’ 늘 화가 나 있는 무서운 아버지. 제 고된 삶이나 세상에 대해 화가 난 거지만 만만한 게 가족이라 집안에서는 화를 참지 않고 벌컥 터뜨리곤 했을 테다. 큰 딸들은 대처에 나가 있으니 남은 딸 중 큰 애인 시인의 뺨을 때리기도 했나 보다. ‘자꾸만 잇몸에서 피가’ 났다니 잘 먹지 못해 혈색도 좋지 않았을 여자아이….

섬세한 시어에 애절한 서사를 담은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에서 옮겼다. 위 시의 아버지와 언니들이 담긴 시를 소개한다. ‘날계란을 쥐듯/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드문 일이다//두어 마디가 없는/흰 장갑 속의 손가락/쓰다 만 초 같은 손가락//생의 손마디가 이렇게/뭉툭하게 만져진다’(시 ‘신부입장’) ‘신새벽 논산 오일장에 우시장이 열렸다/고삐를 당기자/송아지는 자꾸 어미 소 곁에서 뒷발로 버텼다/머리에 홍화씨만 한 뿔이 돋아 있다//열일곱에 여공이 된 큰언니가/서울로 간 직행버스를 타던 날도 그랬다’(시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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