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떡치는 녀자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월29일 11시04분    조회:438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새해는 설을 의미한다. 설날이면 의례 들려오던 떡메소리이다. 시골의 년중 명절가운데서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떡을 쳤다. 그만큼 놓치지 않고 떡보로 쇠였다는 얘기다. 어릴적부터 설과 떡은 하나로 인식해 몸에 배였다. 참대저가락으로 집은 커다란 찰떡 낱개를 팥고물에 묻혀 설빔입고 냠냠거리며 즐겼으니 말이다.

세시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건 뽕나무집 ‘뽕꼬대' 라는 별명을 가진 녀인이다. 원명이 배순덕이지만 본명보다 더 익히 통하는 ‘실명'이였다. 그것도 ‘떡치는 녀자'라는데서 더 팔방미인이였다. 주부가 남자구실로 떡을 쳤으니 그럴만 했다.

여느 세대는 물론, 가가호호마다 바깥량반이 떡메를 휘두르기 마련인데 하필이면 뽕나무집만은 ‘뽕꼬대'가 남정네 역을 맡았을가? 그렇다고 배순덕은 남편이 사망한 미망인 상부거나 소박맞은 과부는 아니였다. 또한 서방님이 장애자인 것도 더욱 아니였다. 결국 멀쩡한 실농군 남편을 둔 부녀자였음에도 힘장수라는 불행 아닌 불행 때문에 ‘떡치는 녀자'라는 놀림가마리로 된 ‘뽕꼬대'였다.

전해 설날이였다. 여느 때 없이 시루에 찐 떡쌀을 안반이라는 떡돌에 놓고 찰떡을 쳤다. 절반쯤 쳤을가 할 때였다. 갑자기 남편이 세게 휘두른 원목 떡메의 대가리가 방망이에서 빠져나갈 줄이야...불발탄이래도 에누리 없이 그녀의 태양혈과 귀방울을 일격했다. 다행히 관통상은 아닌 찰과성이였다. 붕대는 커녕 당금 처치할 헝겊도 미처 없었다. 바빠 맞은 가해자는 얼른 가제로 된 흰 떡보자기를 북 찢어 안해의 상처를 싸맸다.

피가 떡돌에 떨어졌다. ‘뽕꼬대'는 기겁해 죽는 소릴 질렀다. 떡메가 뚝심 관성을 못이겨 탈선해 ‘뽕꼬대'를 피습하고는 봉당벽에 부딪쳐서야 바닥에 떨어졌다. 데굴데굴 나뒹구는 떡메와 빈 자루를 보던 남편이 툴툴거린다.

“어허...개 보름 쇠듯 설을 쇠는구려...”

그녀는 떡쌀이 튕긴 남편의 얼굴을 째려 보았다. 그리고는 떡돌의 피를 행주로 닦고나서 밖으로 씽하니 날라 갔다. 이렇게 설이건만 채 치지 못한 찰떡 아닌 찰밥 범벅으로 굼땠다면 떡돌도 떡판으로 교체된 시점이였다.

“돌에 사람을 잡는 귀신이 붙었나보지, 나무로 된 떡구유를 써야 안전할 것 같아요!...”

청석으로 된 떡돌이 안반모탕이로 바뀌였다. 이어 떡메 임자도 남자로부터 녀자로 교대되였다.

며칠 후다. ‘뽕꼬대'가 동강 난 떡메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왔다.

“울 집 나그네 어찌나 도깨비 힘을 쓰는지...또 떡메 손잡이가 빠져 나올가봐 무섭스꾸마, 좀 잘 손질해서 든든하게 고쳐줍소!...”

동네 도목수 아버지를 찾아온 ‘뽕꼬대'녀인의 속사정이자 통사정이였다. 아버지는 내색을 하지 않고 손자귀와 끌 그리고 진드레가 담긴 목수상자를 들고 나왔다.

“새로 떡메 자루를 맞춰야겠구만”

아버지는 굵고 짧은 나무토막의 중간에 구멍을 뚫었다. 연후에 자투리를 쐐기처럼 넣어 애교로 밀봉하니 수리가 끝났다. 일손을 거두던 아버지의 우스개 또한 걸죽했다.

“인절미나 흰떡 따위를 치는 메라지만...두번 다시 사람 머리는 박지 말게나. 공연히 복수한답시고 남편 머릴 치지 말게나...”

그날에야 우리는 물론, 온 동네에서 ‘떡치는 녀자'의 비밀을 알게 됐다. 결국 그녀는 ‘찰떡 녀장군'으로, ‘떡메 왈패'로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

그때로부터 긴 세월이 흘렀다. 가목사시 교통국의 지인 최광흔이 돈화로 출장 왔던 김에 나를 찾아왔다. 서시장 찰떡을 사갖고 로모한테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음식매장에 들렸다. 그런데 거기서 ‘뽕꼬대'녀인을 만나게 될 줄이야...그녀도 나도, 우린 서로를 한눈에 알아 보았다. 귀가의 잔주름이 늘었지만 자주색 토시와 옥색 행주치마를 입은 그녀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뽕꼬대'도 너무 반가워 팥고물을 찍느라 비닐장갑을 낀 손을 내밀다 말고 지갑에서 작은 메모지를 건네준다. 구겨진 담배종이같았는데 들여다보니 기다란 아라비아 수자로 된 BP번호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난 그때도, 그 후에도 BP를 갖춘적 없었다. 며칠 후 다시 서시장 매대를 찾았을 땐 그녀가 이미 자리를 떴다. 옆사람들 말로는 서시장매대를 접고 남편과 함께 대련인지, 청도인지 옮겨 갔단다. 타관객지에서 떡장사를 크게 한단다.

아, 떡치는 녀자의 주소판도가 넓어지고 멀어졌다.

간혹 새벽시장이나 북대야시장, 철남야시장을 돌면서 혹시나 떡치는 녀자를 볼가 싶어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새벽시장에서 끝내 다시 떡치는 녀자를 만났다. 사연을 물으니 그 동안 천진에 가 떡장사를 해 짭짤하게 수입했단다. 요새 친손자 첫돌잔치로 잠간 연길에 왔던 김에 일일 난전을 벌인 것이란다. 말하는 한편 련속부절히 떡판에 떡쌀을 올려놓고 떡메를 휘두른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곁에서 남편이 물기 묻은 손으로 떡을 반죽한다. 아직도 남편이 아닌 안해가 떡을 치고 있었다.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노라니 웃음이 나왔다. 난 피뜩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른 떡 가게들에서는 자동기계로 떡을 치고있었다.

“왜 기계로 떡을 안치고 힘들게?...”

“떡은 쳐야 제 맛이 난다오, 떵떵 ...떡치는 소리 성수나오!”

잠간 숨을 톺던 ‘뽕꼬대'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소매를 걷어 올린다. 탱탱한 알통을 밴 팔뚝이 드러났다.

구럭과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은 ‘뽕꼬대' 떡집을 둘러싼채 줄을 지어 기다린다. 아마도 현장에서 가공한 패스트푸드나 스낵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준 풍경이라겠다.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즉석식품의 인기를 긍정할만 했다.

이번엔 광동성 심수에서 떡가공회사를 차린단다. 그러던중 ‘뽕꼬대'의 실적을 공식계정에서 보았다. 남방도시의 조선족련환모임에서 ‘뽕꼬대표' 찰떡민속전통음식전시회를 개최했다는 기사였다. 산뜻한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떡메를 메고 웃는 모습이 너무나 시대적이고 혁신적이였다. 곁에 선 남편의 얼굴도 미소가 가득 피여 올랐다. ‘찰떡궁합'과 ‘찰떡같다'와 ‘찰떡금슬'과 같은 찰떡근원의 형상묘사들을 가득히 떠올린 순간이였다.

‘떡치는 녀자'가 들려온다. 보인다. 가마에 찐 찹쌀을 절구에 담고 절구공이 찰싹찰싹 오르 내린다. 이어 떡메가 떵떵 마찰음을 연주한다. ‘떡치는 녀자!' 동질성의 보유자이자 전승인으로 묶인 덩어리이다. 설과, 떡과, 또한 떡과, 설의 고향사람과, 고향사랑 담합 그 자체이다.

/정호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034
  • 2023년 8월 24일, 경찰이 미국 죠지아주 애틀란타시 풀턴카운티 구치소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신화넷 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뒤집으려 했던 혐의 사건을 맡은 한 주(州) 검찰관이 ‘염문’에 폭로되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7일에 “이는 사건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 2024-02-20
  • 일전 텐센트는 <2024디지털과학기술 최전방 응용추세> 보고를 발표해 디지털과학기술의 미래발전 추세와 응용 전망을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성능 계산, 량자 계산, 클라우드 계산과 변연계산이라는 ‘4대 계산'이 융합 관통되여 새로운 계산 양식을 탄생시키고 있다. 통용 인공지능이 점점 가까와지고 큰 모델...
  • 2024-02-20
  • 2월 17일 정월 초여드레, 연변대학 왕훙벽은 각 지역에서 연길을 찾은 관광객들로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왕훙벽의 현란한 간판 불빛으로 그 어떤 수정이 없이 사진을 촬영해도 너무 아름답게 담을 수 있습니다” 안휘성에서 온 왕씨와 그의 가족은 처음 연길에 내리자마자 왕훙벽을 찾아 ...
  • 2024-02-20
  • 일전 연길시인민검찰원 형사집행검찰조가 2023년도 전 성 검찰기관 우수사건처리팀에 선정되였다. 규범화 감독사업의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저 이 팀은 형사집행 검사업무에 깊이 파고들고 구두의견, 검찰건의, 위법시정 등 감독수단을 정확하게 적용하는 데 힘을 기울여 집법자, 일반 위법, 중대한 위법 등 행위를 정확하게...
  • 2024-02-20
  • 일전,중차장춘궤도뻐스주식유한회사에서 연구 제작한 상해공항 련락선 첫 렬차가 상해 신곤로에 도착해 사용에 교부되였다. 상해공항 련락선상 사용하게 되는 차형은 시역(市域) C형 렬차인데 최고 운행시속은 160키로메터로 지능, 선진, 안전, 편안, 공공뻐스운행성 등 특점을 가진다. 해당 렬차는 고속철기술 및 궤도교통...
  • 2024-02-20
  • 경찰견은 충성스러운 동료이자 용감한 전사이며 사건 해명의 예리한 무기이자 최고의 탐정이다! 최근, 매하신구(매하구시)공안국은 경찰견 수사해명의 독특한 우세를 충분히 발휘하여 경찰견 ‘사과’의 도움으로 홍매경무협력구에서 입실절도사건 1건을 성공적으로 해명하여 피해자를 위해 3,000원의 재산손실을 만회해주...
  • 2024-02-20
  • 최근 말벌집사이트가 발표한 <2024년 음력설 빅데이터 보고서>중‘음력설 련휴 인기 목적지 20 순위'에서 연길은 독특한 조선족 문화와 음식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순위 2위를 차지했다. 2024년 음력설련휴기간 연길 관광시장은 안정적이면서도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특히 중국조선족민속원, 연길빙설환락...
  • 2024-02-20
  • 길림성 리수현 소관진의 군자란하우스재배기지에 들어서면 수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초록색 군자란 화분통들이 화혜재배농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속에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이곳에서는 왕년의 전통 판매 방식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 군자란을 전국 각지에 판매하고 있다. 소관진 정여...
  • 2024-02-20
  • 길림성 유수시 궁붕진에 들어서면 줄을 지어 들어선 온실하우스가 장관이다. 13호촌 화혜묘목재배기지 온실하우스에서는 어린 배추들이 물기를 머금고 푸르싱싱하게 한창 자람새를 자랑하고 있다. 온실하우스에서 전국인대 대표인 주아파는 일군들을 거느리고 시장에 출하할 남새를 따고 포장하느라 한창이다. “요즘 온실하...
  • 2024-02-20
  • [길림지역 문학코너] 추석에 아버지 산소를 찾아갔다. 먼 옛날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바로 이곳, 나무그늘밑에서 짐을 잔뜩 실은 지게를 내려놓고 저멀리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긴 세월이 흐른 요즘, 나도 아버지를 닮아 먼곳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차수가 많아졌다. 그때, 아버...
  • 2024-02-2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