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외 5수) – 강려
마당에
하나 둘...
떨어지는 나팔꽃
해살이 하나 주어들고
불어봅니다
나팔소리는 나지않고
얼굴만 빨갛게 부풀어오릅니다
솔바람도 하나
주어들고 불어봅니다
소리가 나지않아
볼만 부어오르는데
벙어리 철이가
나팔 붑니다
뚜뚜뚜...
철이 대신해 심심함을
소리쳐주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빗방울이 창문 때린다
벽에 기대선 지팽이가 나를 기다린다
지각 하겠다, 어서 등에 업혀…
아빠가 등 내민다
아빠 등에 업혀 우산을 앞으로 기울인다
안 보인다며 아빠가 우산을 뒤로 젖히란다
공공버스정류소로
걸음 옮기는 아빠 얼굴
그 얼굴에 비가 내린다
미안해, 아빠…
나도 몰래 이슬이 눈에 맺힌다
길가의 꽃들도 방울방울
그 고운 얼굴에 이슬 고인다
바람이 훔치는 소리, 내 가슴에 비가 내린다
2022. 10. 21
눈 내린 뒤
눈 한 송이가 화살 되어
장애인소녀 잔등에 꽂혀버린다
바보 같은 게~!
골려주는 말소리가 참새 되어
짹짹, 머리 위를 맴돈다
너, 이 놈~!!
바람의 고함 듣고
멀리 쫒겨 가는 개구쟁이들,
그 모습 툭툭 털어버리고
어느새
등 뒤에 나타난 오빠의 모습
참, 눈물 겨웁다
마주 보고 미소 짓는 두 그림자
겨울햇살이 꼬옥 껴안아주고 있다
2022-10-28
가을단풍
가을 숲길 걷는다
낙엽 한 잎 밟으며
낙엽울음 밟으며 길을 걷는다
낙엽은 왜서 울고 있을까
흠칫 멈춰 서는데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
전학 간 옥이의 모습
반가움이 바람 되어, 단풍안고 달려온다
옥이야…
부르는 소리마저 놀빛 안고
어깨에 내려앉는데,
어깨에 내려앉아 그리움 달래주는데
눈 비벼 다시 보니
친구는 없고, 낙엽만
숲길 빨갛게 잠재워주네
외로운 숲길에 그리움 타오르는 소리…
2022. 10. 29
웃음꽃
한 계단
두 계단
계단을 내려가다가
쓰레기 줍는 할머니를 보았다
잔등에
혹 달린 할머니~!
허리 굽혀 쓰레기 줍는 안스런 그 모습에
나도 허리 굽혀 쓰레기 줏는다
순간, 고개 들어
날 바라보는 할머니, 웃어주었다
나도 따라 웃어주었다
복도에 계단에
웃음꽃이 활짝, 향기롭게 피었다
연변인민출판사 2024년도 아동문학작품집 "꽃과 별"에 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