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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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가는 터전 스러져가는 정
2014년 04월 28일 22시 47분  조회:2945  추천:0  작성자: 김송죽
 

 잃어가는 터전 스러져가는 정

 

나는 선조의 뼈가 묻힌 곳이 어디라는것을 알고는있지만 한번도 가보지를 못했다. 국경이 장벽같이 앞을 막아서다. 하기에 비록 선조가 물려준 땅이 아니지만 내가 소시적에 즐겁게 뛰놀며 자라난 곳─ 정이 묻힌 빠후리(八虎力)의 돌배나무골을 나는 고향으로 여겨온거다. 여기서 300여리 떨어진 그곳은 기차타고 두시간이면 능히 갈수있는 거리다. 이같이 지척에다 두고서도 한번 다녀오기는 왜 그리도 힘들었던지?

지금 내가 살고있는 향(鄕)에 나와같이 그곳에서 동년을 보낸 동무도 있고 비록 한마을은 아니라지만 장대 하나를 사이두고 가까이에 산 소학시절의 동창도 있는데 동년의 꿈을 키운 곳이라서 그런지 그들도 마음의 고향은 나와 꼭 같았던 것이다. 하여 우리는 모여앉기만 하면 흘러간 동년을 그리면서 거기가 지금은 어떤지 하고 뇌이군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애틋한 그리움만 절절해지는건 어째서일가?

고향정이란건 워낙 이런가보다.

아무튼 시원히 풀지 않고서는 못견딜 그리움이였다. 그래서 재작년그러께의  여름, 우리는 끝내 여섯이서 런닝그에다 <<故鄕行>>이란 글자까지 새겨입고 어느날 함께 고향방문길에 올랐던 것이다.

 

내가 소년시절을 보낸 돌배나무골은  빠후리역(八虎力驛)에서 동으로 약 15여리가량 떨어져있는데 생겨난지 꾀 오랜 금광마을이다.

나는 광복이듬해의 겨울부터 새중국이 건립되던 해까지 만3년을 그 마을에서 보냈다. 한 것은 토비숙청에 나선 나의 부친이 생전에 소속했던 부대가 바로 그곳에 주둔했기 때문이였다.

동북자치군 합강군구의 1퇀 2영이였던 그 부대를 항간에서는 <<조선독립영>> 혹은 <<동철부대>>라 불렀는데 600여명의 전사들은 잔악무도하고 혈채많은 사문동, 리화당, 손영구 토비무리를 숙청하는 전투마다에서 무비의 용맹을 떨쳣거니와 세운 공도 많아 이름이 날렸다.

그때 남편을 잃고 청춘과부되여 의지가지할데라곤 없었던 나의 어머님은 군대재봉소에서 재봉침으로 군인들의 옷을 짓는 일을 했다. 하여 나역시 군인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그들로부터 전투얘기를 듣고 노래를 배웠으며 글도 배우고 말도 먹이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내 평생에는 잊지 못할 감미로운 추억을 심어준 즐겁고도 뜻깊은 나날이였다. 더구나 그 돌배나무골에서 서쪽으로 높은 산 몇 개만 넘으면 다른 한 금광마을ㅡ 나의 부친과 함께 순난한 17용사가 더운 피 뿌린 최후의 혈전장인 영평강(永平崗)이 있는거다. 연고없이야 어떻게 정이 생기랴? 아마 그래서 그 고장은 내 가슴속에다 더 애틋이 자리잡았으리라.!

 

군인들은 나를 친혈육같이 여겨 지극히 아끼면서 사랑해주었고 정감이 있는 인간으로 되게끔 길러주었다.

부대는 거기서 토지개혁과 정비훈련을 끝마치고는 더 머물러있지 않고 남부전선으로 나갔다. 그러자 마침 정처없이 떠돌이를 하던 할아버지가 찾아오시여 우리는 그 자리에 남아 그 돌배나무골에서 남쪽으로 약 7여리 막바지에 조선동네가 따로 생기니 그리로 이사했다. 그때 새로 생겨난 그 마을의 이름이 작은 돌배나무골 즉 쑈리수고우(小梨树沟)였다.

 

만40년만이다. 내 기억속의 고향은 어디로갔느냐? 떠날 때 28호가 오붓하게 살던 동네가 이제는 200호도 넘는 알쭌한 한족마을로 변해버리고말았다. 돌배나무골에 이젠 돌배나무가 없어졌다. 책가방메고 달랑달랑 넘던 그 개암나무장대가 지금은 중의 까까머리모양으로 말끔히 깝지가 뒤번저져 곡식밭이 되고말았다. 그리고 저 앞내의 무성하던 물개암나무며 아가위나무들을 이제는 한그루도 찾아볼수 없고 수정같이 맑디맑던 청계수는 탁류로 되어 사품치고있었다.

이것이 그래 노루, 사슴이 뛰놀고 꿩이 무리지어 내리던 내고향이란말인가? 인간에 의하여 험하게 파괴되고 변모한 자연! 무지가 세상을 오염하면서 이같이 생태균형을 잃고있으니 이제 차례지는 건 참으로 무엇일가?....

 

나는 내가 살던 옛집터를 찾아냈다. 그 자리는 지금 관내에서 이사온 성이 리씨인 한족이 근년에 새로 벽돌집을 지어놓고 살고있엇다.

우리는 기념품으로 준비해갖고 간 <<故鄕行>> 런닝그를 그와 촌장, 지부서기, 소학교장에게 주었다. 그네들은 그리움을 못이겨 찾아간 우리들을 마치도 개국공신인양 여기면서 그야말로 열성을 다해 접대했다. 마을사람 다가 그러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건만 서글퍼지는 내 마음 달랠길 없는건 또 왜서일가?

서쪽 장대너머에는 고향방문을 간 우리 모두가 소시적에 소학을 다닌 학교마을이 있었다. 헌데 지금은 거기가 만경창파로 변해버렸다. 인민공사화때 저수지가 되는통에 살기좋던 향양촌(向陽村)도 중심촌(中心村)도 다가 물밑에 매몰됐고 거기서 살던 우리 동포들은 모두가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고말았다.

과연 가슴만 쓰라려나는 과거요 스산하기 짝이 없는 살풍경이였다!

하다면 우리 동포들의 거주지를 현재가 만들고있는 풍경은 어떠할가?

지난해 가을. 나는 <<송화강 5,00리답사>>를 나선 연변의 소설가 류연산과 한국 서울신문사의 김명환기자를 배동하게 되었다.

우리가 해림의 산시(山市)에 가서 김좌진장군의 구광과 그곳 독립군과 주민들이 사용했던, 내가 장군의 딸 강석누님과 함께 앞내가와 오랜 잿더미속에서 찾아낸 커다란 석마판과 대종교표식인 방원각을 새긴 석마돌을 사진찍고 쟈므스(佳木斯)로 돌아올 때였다. 그날은 장날이라 그곳의 철북거리가 복잡해서 경적을 아무리 울려도 차가 빠져나가기 과연 힘들었다. 애가 나선지 연변서부터 택시를 몰고 온 아가씨가

<<여기 사람들은 어쩜 다 어리친것만같네요.>>하고 도달댔다.

나는 확끈해나는 낯을 돌려 차창밖으로 아무리 찾았으나 동포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사람을 가려볼줄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이젠 쌀에 뉘만해지는 우리 동포가 아예 외형마저 동화를 해버려서인지?....

 

벌리(勃利)까지 득달하고 보니 밤이였다. 우리는 식사부터하고봐야 했다.

이런차 마침 <<아리랑판점>>이라 쓴 간판이 눈에 띄이는지라 거기다 차를 세웠다. 한데 김기자가 먼저들어가더니 <<가짜야!>>하면서 기분상해서 나와버렸다.

우리는 이런 모양으로 네 번이나 련속 속히우면서도 제 동포가 꾸리는 판점은 끝내찾지 못했다.

화남교외(樺南郊外)에 있는 조선마을에 들렸을 때도 그 모양 그 꼴이였다. 이거야 꼭 우리동포가 꾸리는 판점이겠지 하고 들어갔더니 맞아주는 이는 역시 한족이였다. 알고보니 워낙은 그 마을의 아무개가 시작한건데 전해에 넘겨주고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한다.

남은 앉은자리에서도 잘만 버는데 우리는 왜 가야만하는가? 주인없이 헐망해지는 집들, 황페해지는 논판.... 어떤데서는 이젠 아예 온마을이 통째로 한족에세 먹혀버린것도 한둘이 아닌 현실!

점치기 어려운 운명앞에는 락관이란 허세(虛勢)가 아닐가. 어쩌면 내 동포들이 피와 땀으로 일쿤 땅, 두손으로 일떠세운 삶의 터전 하나하나가 지금은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저수지의 혼탁한 물에 매몰되고마는듯한 느낌이여서 내 가슴속에서는 물이 아닌 뻘건것이 뚝 뚝 떨어진다.

 

                                               1997. 2. 26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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