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동 벅박골에서 두 잎사귀 쫑긋 두만강 따라 그 두잎은 저쪽 이쪽… 어떤 첫잎은 더하기 입 어떤 샛잎은 덜기 입 어떤 속잎은 나누기 입 어떤 떡잎은 곱하기 입 … 어느 날 평방메터 입과 어느 날 립방메터 입과 어느 날 미적분 수렬 입과 여러 구멍에서 나온 입과 파아란 하늘 향한 부르튼 입과 꺼무접접히 태래쳐오르는 저 구새통 입과 … 오늘도 죽림동 벅박골 벗님네들, 잎과 입과 입과 잎은 무사합니껴 요지음 울 집 구구 비둘기 그렇게도 고소하다던 콩도 지릿지릿 고름 농즙맛이라 매일 매일 투정질한다아임껴… 오호라ㅡ 뭇벗들이여, 이를 어찌 하랍니껴…
ㄴ
저 파아란 하늘 향하였었지 이 희읍스름한 원통 속 쇠물 녹이였었지 광풍 속에서 풀뿌리와 매일 하루 세끼 벗했었지 헐벗은 푸대죽과 함께 그 무슨 큰소리만 웨쳤었지 응아응아 소소리 새벽장막 귀가에 달아매고 저 두만강 건너 호곡령 너머 감자꽃 피기 전 어슬렁 덜렁쿵 서리에 나섰었지 오호라─ 죽림동 벅박골 울 아버님께 “…정통편 있씀둥? …사랑하꾸매…” 이 둬마디 살가운 말이라도 피빛 터지도록 뻥긋 못한 이 막내아들 죽림 불효자식 죄인을 수배, 또 수배한다아임껴… 그리고… 그리고…
ㄷ
음력설 지나 정월 대보름날, ‘량표’와 ‘부표’와 ‘생선표’들이 어깨와 어깨를 너나없이 들썩거리던 세월─ 시골에서 어쩌다 비릿비릿 사온 동태로 무우 듬뿍 썰어 넣고 보름달과 함께 끓였지… 아홉 식솔 단란히 모여앉아 일년 딱 한번 ‘명태국 먹는 날’ 봄기운 감도는 ‘잔치날’ 아닌 잔치날이였었지… 할배, 할매, 아부제, 삼촌, 아들… 명태국 사발엔 명태 살덩어리 소복소복… 단, 어마이 명태국 사발엔 무우쪼각과 명태 대가리만 듬성… 어마이 왈─ “엇, 거 명태국물 시원하다카이, 그리고 명태 대가리가 더 구수하다카이…” … 요즘, 없는 게 없는 ‘4989시장’ 세월 명태국 한솥 듬뿍 끓여놓고 어마이를 몸소 높이높이 모시련만 ‘복’자가 새겨진 왕사발에 해살무늬로 명태 살덩어리만 갑북갑북 덧돌이로 또 덧돌이로 떠드리련만─ 아희야, 어마이의 자리가 텅 빈 속에서 ‘명태국 먹는 날’ 오늘 따라 명태 잔뼈가시가 이 내 목구멍에 자주 걸림은 또, 꺼이꺼이… 죽림동 울 어─마─이─예…
ㄹ
추석날이다 쌍그네가 춤춘다 씨름군들 삿갓 벗었다… 생산대에서 늙고 병들어가던 씨받이 소가 빗창 맞는다 공사 수의소의 도살 비준 도장 투털투닥 맞고 씰그러진다 온 동네 쌉쌀개들이 진군나팔 불어댄다 죽림동 추석추렴잔치 얼렁뚱당 어절저절씨구… 선지덩이 함지박을 둥글넙적 이고 꼬리치마 나풀거린다 들나그네들 가랑이 사이로 선지 김 무럭무럭 피여오른다 왕소금꽃에 꾸─욱 찍은 선지쪼각 조무래기들 조동이를 냠냠 거린다 씨름군들 막걸리잔 추켜든다 쌍그네가 구름가에 걸렸다 또 추석날 흐느끼며 돌아왔다… 막내둥이 시지기 죽림 할배, ‘추석추렴’이란 것 무엇인가유…
그때는, 그때는, 이 마을 저 마을 아이들 모두 다 미쳐버렸댔슈 핫, 시골길 허위허위 톺아지나가는 트럭 뒤꽁무니 굳이 따라가며 그 그을음내 맡고 또 맡으면서 그렇게나마 새하야니, 새하야니 코날개 벌름대던… … 요즈음, 요즈음, 이 마을 저 마을 아이들 모두 다 정말로 미쳐버렸는가보우 시퍼렇게 피멍꽃 옮아가던 18현도, 시허옇게 소금꽃 돋아나던 사물(四物)도. 핫, 어절씨구 팽개치고 재너머 떠나버린… 요즈음, 요즈음, 참, 24기와 72후도 모두 다 미친다 생야단이우 때아닌 바람에 죽림동 떡갈나무들도 가슴 부여잡고 간간히 신음하고 있는… 성스러웠던 해빛도 그 그을음내에 지쳐버리고 다정다감했던 해볕도 그 구겨진 령혼에 찌들어버린 채 저기 저 ‘무릉도원’의 한 극에서 바둥대고 있는 이때, ㅡ죽림동, 벗님네들 안녕하시우…
ㅊ
죽림동아 우리는 진정 누구일가… 죽림동아 우리는 진정 어디에서 왔을가… 죽림동, 구름아─ 바람아─ 우리는 진정 또 어디로 가는 거냐!… 죽림동, 새벽이여─ 하늘이여─ 우리의 ‘록색평화’는!…
ㅋ
죽림동, 성스러운 강산아─ 새넓둥글하게 새넓둥글하니 너도나도 타(他)도 가슴을 열자… 맘과 맘 너머 벽을 허물자… 선과 선 사이에 꽃잔디 심자… 우물 일곱개였던 마을 죽림동아─ 칠색무지개 고래등 집 새 장단에 맞추어 구구절절 찬란히 높으락 높푸르디 일자배기 하늘가 너머 너머로 새넓둥글하게 새넓둥글하니 온 누리에게 고향의 새 소식 펼쳐보이자… 온 세상 만방에 고향의 새 이야기 새 전설 자랑스레 자랑차게 펼치고 또 띄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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