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양산되는 시들을 보면 초보자이든 이력을 쌓은 경우든 시와 산문이 구분되지 않은 시적 해체를 보게 된 다. 의도적 해체나 반시운동은 그 나름대로 변혁 의지쯤 으로 볼 수 있으나 수필의 감상을 행과 연으로 전개했다 고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잡 문적 성격의 수시수상 낙서글 같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을 가지고 실험시, 새로운 시 떠들어도 난처한 일이다. 소설 한권으로 쓸 것을 짧은 시 한 편으로 쓴다면 전적으 로 시의 생명은 '함축적표현'1)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함축, 그것이야말로 시의 생명이며 비법일 것이다.
시적변용과 형상화 즉 시 만드는 기법에 대해서 이근모 시인의 '노을' 이라는 시를 감상하면서 췌언을 더할까 한다.
'변용'이란 일종의 데포르마시옹(deformation)으로 미술 용어 이기도 하다. 대상의 자연형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 라 작가의 주관에서 모양이나 형태를 의식적으로 확대하 거나 변개하여 표현하는 그 기법을 문장이나 시문에서 차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30년 모더니즘 운동에 참여 한 박용철 시인의 ≪시적변용≫ 이란 평론이 그 한 예가 되겠다.
리어카 바퀴에 감겨있던 노을 불꺼진 방 어둠을 갉아 먹는다 <노을의 첫연>
이 싯구를 산문적으로 이해한다면 어리석은 헛수고에 그친다. 불이 어둠을 어떻게 갉아 먹는가. 이는 주관적 정서적 해석을 통해 실감을 부여한 것이다. 이런 표현이 지나칠 때 난해성이 오지만 적당할 때 수많은 사실적 설 명과 논리적 사고를 함축적으로 표현하여 갉아먹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가장 오래된 뇌세포만이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 생글생글 웃음짓는 홍안같이 서산 등선마루에 걸친 노을 <노을 제2연>
마치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마취된 환자의 흐릿한 몽환 상태를 느끼게 하는 함축적 표현으로 ‘노을’을 정서적으 로 형상화 했다. 이 시 한 편만으로도 그가 만만찮은 T.S.엘리어트를 졸업한 모던한 시학도임을 직감케 한다.
읊으는 시와 만드는 시, 자연발생적 인습의 감상시와 주 지적 창조적 생각하는 시 의미하는 시가 아니라 존재하 는 시 현대적 모더니티란 흉내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시사를 관류하는 수많은 업적의 결과물로써 시삼백에 사무사의 경지에 이르듯 선인들의 명시 몇 백편을 줄줄 이 외워야 깨치는 시미학의 경지가 있다.
이근모 시인은 야무지게 터를 닦아 적어도 자연발생적 인습적 감상배설의 푸념이나 넋두리의 경지를 벗어나 시 적 알맹이를 만지는 그 경지에 접근했음을 작품으로써 말해주고 있다.
<노을>의 끝부분은 다음과 같다.
팔고 남은 생선 한 마리 리어카 좌판에서 뒹굴고 석양에 지친 그림자 드리우며 문지방 들어서는 아들
치매 엄마 눈동자엔 첫돌 맞은 모습만이 생생할 뿐 파란중첩 삶의 애환 노을 저편으로 달린다. <노을 끝부분>
위의 시는 누구의 흔적도 없이 오직 이근모의 <노을>이 다. 마치 반고흐의 그림을 보듯 어질어질하다. 필자는 이 것을 시적변용이라 한다. T.S.엘리엇 가라사대 '삼류 시 인은 모방하고, 일류 시인은 표절한다'고 했던가. 서투른 흉내는 이류가 되지만 감쪽같이 훔쳐먹고 완전히 소화 하여 피만들고 똥사버리는 기똥찬 천재는 표절(훔치기) 하는 것일까. 이근모를 천재라 한다고서 큰일날 일은 아 니지 않는가.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서 이기려면 신무기가 필요하듯이 경쟁이 필요한 세상에 내놓는 시이라면 신무기 하나쯤 있어야 한다. 당신의 신무기는 무엇입니까? 물으면 이것이다 내놓을 시가 있어야 시를 쓰는 당위성이 있을 것 이다. '자인'의 시가 아니라 '졸렌'2) 의 시라고 만드는 시로 나아가려는 그의 모더니티에 대하여 다시 한번 기대를 건다.
주1) 함축적표현: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내면에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 흔히 시에서 말하는 내포적 의미나 metaphor기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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