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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서 좋지 못한 버릇에 길들면 고치기가 힘들다...
2017년 02월 13일 23시 11분  조회:3079  추천:0  작성자: 죽림

 

중국 충칭시 원양현의 말라 버린 강둑에서 여성들이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

중국 충칭시 원양현의 말라 버린 강둑에서 여성들이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





이런 표현은 곤란해요 


좋지 못한 버릇에 길들면 고치기가 힘들어 진다. 그처럼 시 쓰기도 처음부터 옳고 바르게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더러 제법 오래 시를 썼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볼 수 있는 시에 대한 그릇된 인식, 그릇된 몇 가지를 알아보고 제대로 쓰는 법을 찾아가자. 

1. 관습적 인식과 표현 

- 대상에 대하여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 또는 상투적 인식에 의해 시를 쓴다. 따라서 새로울 것이라곤 없는, 구태의연한 인식과 표현이 나타나게 된다.(자동화된 인식, 비창조적 표현) 

코스모스: 외롭다, 소녀, 그리움, 파란 가을하늘, 추억 
바다 : 수평선, 갈매기, 파도, 기다림, 충만, 일출과 일몰, 등대 

2. 피상적(표피적)인식과 표현 

-대상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고 표피만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거나 인식하면서 장식적으로 이를 표현하는 것, 관습적 인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상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피를 흘리며 땀을 흘리며/퍼렇게 멍든 강은/꽃망울 송이송이 터뜨릴 내일을 향해/힘차게 흘렀다/숨이 차오는 고통을/뒤로 뒤로 밀어 놓고/높은 산을 타고 넘는 바람처럼/끓어오르는 뜨거운 마음을/안으로 숨기며/강은 쉼 없이 흘렀다. 

-이처럼 대상(강)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없이, 막연하고 모호한 인식으로 쓴 작품은 그 진정성(진실성)을 의심받기 쉽다. 겉으로의 수식은 화려하고 그럴 듯하지만 독자의 가슴에 와 닿는 그 무엇이 없다는 말이다. 

3.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사적인 표현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인식을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표현함으로서 독자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대상과 시인 간의 특별한 관계에 대하여 족자들은 전혀 알지 못하므로 그 표현의 세계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 때 시인은 대상과의 관계를 객관화시켜서 독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밤은 날개처럼 슬프다//밤이 젖어오면/낯 설은 거리에서/울먹이는 바람을 자고/나는 잃어버린 나라의/날개를 단다//날개의 깃털이 자라나/그 때 그 거리에서/밤보다 야릇한 의미로 젖어들면/가슴을 때리는 울림이 있다. 

- 이 작품에서, 내가 잃어버린 나라의 날개는 무엇인가? 이런 표현은 시인만이 알고 있는(잘 모를 수도 있지만)주관적이고 사적인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밤보다 야릇한 의미>도 독자들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주관적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철학적, 관념적 인식과 표현 

- 시는 삶과 죽음, 자유, 고독 등의 철학적 주제를 다룰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런데 더러(초보자의 경우에 특히) 철학적 관념을 시적 표현으로 용해하지 않고 산문적으로 진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럴 때 철학적 주제는 어설픈 관념으로 떨어져서 시도, 철학도 아닌 어정쩡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a. 삶이란 게/ 쉽다가도 어렵습디다요/울다가도 웃는 게 사람이라지만/싸우다가도 보듬는 게 인간이라지만/참말로 힘이 듭디다요 
b. 먹고 사는 일이 다 뭔가/자주, 내가 나에게 던지는 낡고 지친 질문/굶주림이란 말이 없었대도/가난의 주인은 있는 법/배고픔은 배고플수록/죽음과 가까워지는 것 

5. 앞 뒤 문맥에서 논리성이 결여된 표현 

-작품 안에서 앞 뒤 시제가 서로 맞지 않고 화자가 불일치하는 경우, 그 내용 표현에 일관성이 없거나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 등, <불일치의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작품을 쓴 다음에는 반드시 작품에 논리적 결함이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6. 심리적 거리 조정에 실패한 표현 

-심리적 거리란 시인과 대상과의 감정적 거리를 말한다. 대상과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된다. 따라서 시를 쓸 때 시인은 대상과의 거리 조정을 알맞게 잘 조정해야 한다. 

-부족한 거리 조정(underdistancing) 
:대상과 시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시인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노출되거나 감정의 과잉상태를 보여준다. 

저녁의 피 묻은 동굴 속으로/아, 말없이 그 동굴 속으로/끝도 모르고/끝도 모르고 나는 꺼꾸러지련다/나는 파묻히련다//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낮도 모르고/밤도 모르고/나는 술 취한 몸을 세우련다/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 이상화, <말세의 희탄> 

-지나친 거리 조정(overdistancing) 
:대상과 시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감정의 과도한 억제와 결핍상태를 드러낸다. 

오존주의보 발령 외출 삼가 바람/하늘의 얼굴에 우울이 낌/표정 없는 사람들 서울은 위험함/꿈틀거리는 활자 속에 갇힌 도시의 육체에서 기름 냄새가 남/혈관 속에서 유영하는 오염된 활자 치장만 아끼지 않는 사람들/그들에 의해 그들을 위해/주말여행 코스로 만들어진 주남저수지... 

7. 시적 밀도(함량)가 부족한 표현 

-엄밀히 따져서 이것은 그릇된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시쓰기에 있어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작품을 썼는데도 알맹이(시의 내용)가 없거나 빈약해서 독자들에게 시적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것은 작품을 길게 썼는가, 짧게 썼는가? 하는 작품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시적 밀도의 문제이다. 그리고 스케일의 문제이다. 

-작품의 시적 밀도와 함량은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관찰, 깊이 있는 사유, 참신한 표현기법과 풍요로운 언어 구사 등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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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 박스를 나오며
―최승철(1970∼)

방금 나간 여자의 체온이 수화기에 남아 있다. 지문 위에 내 지문이 더듬는 점자들, 비벼 끈 담배꽁초에 립스틱이 묻어 있다. 간헐적으로 수화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로운 사람은 쉽게 절박해진다. 모서리에 매달려 있는 거미의 눈빛이 여자의 체온으로 차가워졌다.

살아는 있니?

여름쯤 손가락에 눌려졌을 모기가 유리창에 짓눌려져 있다. 절박함 없는 희망이 있던가. 남자는 방금 나간 여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공중전화 박스를 나오다 관상용 소국(小菊) 하나를 툭, 쳐 본다. 여러 개의 꽃대궁이 동시에 흔들린다. 뿌리가 같은 이유다. 늦기 전이라는 노랫말이 죽기 전이라고 들리는 저녁, 애틋해서 되뇌이는 건 아니다. 차라리 살아서 날 미워해 버스 광고가 지나간다. 그저 당신이라고 부르고 싶은 계절이다.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갖게 된 뒤부터 특히 번화가에서는 공중전화가 거의 사라졌다. 요즘 공중전화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으로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를 꼽을 수 있으리라. 변두리 동네 버스정류장 근처 공중전화 박스를 지나칠 때면 제 모국어를 절박한 목소리로 쏟아내고 있는 그들을 이따금 본다. 대개 신산할 그 이용자들의 삶처럼 공중전화 박스는 이래저래 쓸쓸하다.

‘방금 나간 여자’나 그 여자가 차마 끊지 못하고 내려놓은 수화기에서 여자 이름을 부르는 남자나 외로운 사람들이다. 공중전화 박스 안 ‘모서리에 매달려 있는 거미’나 ‘유리창에 짓눌려져 있’는 모기도 외롭다. 화자도 외롭다. ‘하나를 툭,’ 치니 ‘여러 개의 꽃대궁이 동시에 흔들’리는 소국(小菊)처럼, 모두가 외로운 외로움의 맥놀이. 
 

 

무슨 사연인지 몰라도 현재 주거 부정에 신용불량일 듯한, 삶이 위태로워 보이는 모르는 여인과 기타 등등 사람이 공중전화 박스에 남긴 자취가 화자 가슴에 우수를 불러일으킨다. ‘그저 당신이라고 부르고 싶은 계절’이란다. 당신, 당신들, 어디서든 부디 살아 계시오! 숨 받아 태어난 존재들은 원초적으로 외로운데, 게다가 어떤 인생은 구차하고 치사하기도 하다.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 일인가! 

그 여인, 담배라도 없었으면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을까. 새해부터 담뱃값이 대폭 오른다. 살림이 어려운데 담배를 정 못 끊겠으면 마당이나 베란다에 담배를 키우는 것도 한 방편이리라. 마음 맞는 사람끼리 텃밭을 얻어 담배 주말농장을 할 수도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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