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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궤할머니 댓글:  조회:202  추천:0  2022-01-07
금궤할머니 문홍숙 퇴직하고 집에서 손녀를 키워주다 손녀가 유치원에 가게 된 어느 날, 우리도 남들처럼 한국에 가보자고 하는 남편의 성화를 못이겨 결국 나는 3년전에 한국행에 오르게 되였다. 한국에 와서 이런저런 일자리를 찾아 기웃거려보니 간호사로 퇴직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간병일밖에 없었다. 그렇게 료양병원에서 할머니 다섯명을 돌봐온 세월도 어언간 3년이 되여간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금궤할머니 이야기가 가장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작년 5월, 내가 맡고 있던 병실에 리씨성을 가진 할머니 한분이 입원하였다. 모두들 그 분을 ‘금궤할머니’라고 불렀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금궤 하나를 안고 오셨다. 92세의 나이에도 자식들에게 맡기는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 속에는 집계약서, 문서, 통장, 현금 등 여러가지로 꽉 차있었다.   할머니는 금궤를 침대 옆에 놓고 하루에 수십번이고 만지작거렸다. 코로나 비상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하게 은행 간다, 복덕방 간다 하면서 간호사들을 귀찮게 굴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금궤가 열리지 않았다. 비밀번호가 할머니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매일 시도 때도 없이 금궤에 매달려 잘칵잘칵 무진 애를 썼는데도 도무지 열리질 않았다. 보물단지보다 더 소중히 여기던 금궤가 고장난 후부터 할머니의 치매증세는 점점 더 심해져갔다.   할머니는 평생 부동산사업을 하던 어르신이였다. 들어보니 모아놓은 재산들도 꽤나 있었다. 평생을 돈 벌고 모으는 재미로만 살아오신 분이였고 돈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입원후 옷보따리를 정리하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부자라는 할머니가 변변한 옷가지 하나 없다니. 속옷도 할아버지가 입던 것들을 수선해 만들어 입고 다니다 나니 남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였다.   “나는 평생 돈 버는 재미로만 살아왔어.”   “자식들에게도 해줄 만큼 해줬데이.”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면서 자식은 절대 부유하게 키워서는 안된다고 했고 후회도 많이 했다. 할머니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 뒀는데 그들도 이제 륙칠십세를 넘겼고 아픈 엄마를 모실 상황이 못되였다.   료양병원에 온 후 안정을 찾지 못하고 날이면 날마다 집에 데려가달라, 퇴원시켜달라 자식들한테 애원하였다. 집으로 데려가지 못하는 자식에 대한 원망과 불만이 커지면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준 것마저 후회하고 있었다. 자식을 출세시켜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날마다 넉두리를 하면서 안부전화도 한사코 받지 않았다. 게다가 자식들이 면회를 와도 반가운 기색이라고는 꼬물 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식들이 돌아갈 때면 당신을 데려가달라고 엉엉 소리내여 울면서 애처럼 떼를 쓰기도 한다. 그렇게 병원을 떠들썩하게 만들어놓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이런 엄마를 뒤로 하고 떠나가는 자식 마음도 찢어졌을 것이다.   할머니의 치매증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쩍하면 자식들을 신고한다고, 혼자 택시 타고 집으로 간다고, 변호사를 찾아가 물려준 재산을 되돌려받겠다고 란리를 피웠다. 그러다 어느 한번은 통장 3개를 기저귀 속에 감췄다가 오줌에 흠뻑 젖어 볼품 없게 된 우스운 사연도 있었다. 이런 나날들을 보내면서 기진맥진한 할머니는 밥맛까지 잃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게 되였다. 나는 매일 정성을 다해 할머니를 달래고 위로해드렸다. 맛 있는 간식거리를 챙겨드리고 어린애 달래듯 두 손 꼭 잡고 대화를 나누면서 병든 마음을 보듬어드리며 함께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치매환자도 가끔씩 맑은 정신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하군 한다.   “네 신세가 많데이.”   “이 신세를 언제 갚아주겠노?”   “참으로 고맙데이.”   당신은 인생을 바보처럼 살아왔다고 한탄하면서 나더러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면 남은 인생은 자기만을 위해 살라고 당부한다.   평생을 부자로 살아오면서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고 돈과 재산에 그토록 집착했던 할머니가 가엾다. 이젠 자기 돈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게 되였으니 아무리 금산, 은산을 가지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정신이 흐려지고 몸도 내 의지 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자식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신세다.   할머니 모습은 료양병원 수많은 로인들의 축소판이다. 인생의 끝자락에 선 어르신들마다 제일 후회하는 것이 젊어서 자기를 위해 살지 못한 삶이다. 물론 만족한 삶을 누리자면 돈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신의 신근한 로동으로 열심히 돈 버는 것도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돈의 노예가 되여 소처럼 일만 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돈 벌어서 쓸 곳에 안 쓰고 은행에 저금만 하는 것도 꼬장꼬장한 삶이라고 보고 싶다. 열심히 벌어서 나를 위해 쓰고 주변도 둘러보면서 어려운 이들도 보듬어주며 여유 있는 삶, 보람된 삶,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세시대라 해서 사람마다 백세까지 행복하게 산다는 보장도 없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발버둥치며 헤매다가 예고 없이 모든 것을 다 두고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건만 할머니의 집착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내 나이 예순이 넘었지만 난 로후의 삶을 위하여, 자식들을 돕기 위하여 이국타향에서 자존심도 체면도 다 버리고 밤잠 설치면서 힘들고 어지러운 일을 기꺼이 해왔다. 오늘도 보람차고 활기차게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금궤할머니의 로년을 지켜보면서 나는 깨달은 바가 많다. 이젠 나도 자기만을 위해 살아야 할 때가 되였다고…   래일은 기약이 없으니 오늘이 생의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누리지 못한 것들을 누리면서 래일 떠나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으로 몇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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