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애라의 택시
-박일-
불빛이 황홀한 도시의 밤이다.
애라는 이모네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학교로 돌아가려고 아빠트를 나섰다. 그런데 깜빡 스마트폰을 이모집에 두고 나왔다.
푸른 하늘, 맑은 호수…
애라는 그런 줄도 모르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큰 길로 나왔다. 손을 흔드니 택시 한대가 옆에 와 멈춰섰다. 애라는 차문을 열고 운전기사 옆좌석에 올랐다.
“?... …”
택시기사가 애라를 쳐다본다. 어디로 가느냐 묻는 뜻이였다.
“천당!”
“예?… ”
뒤좌석에서 자지러진 웃음소리가 났다. 열일여덟살 되여보이는 녀자애였다. 애라도 방실 웃었다. 방금 그는 몽골가수 텅거얼의 “천당”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 천당을 어떻게 가요?”
“마음따라! 바람따라!”
“그런데 어쩌죠? 저의 아빤 아직 천당으로 가는 마음준비가 되여있지 않거든요.”
보아하니 뒤좌석에 앉아 야무지게 재잘거리고 있는 녀자애는 유난히도 머리숫이 많아 보이는 택시기사의 딸인 것 같았다.
“그럼 먼저 천당으로 가는 문으로 가요!”
“호호호 그 문은 또 어디예요?”
“항천대학 정문!”
“오- 이제보니 언닌 대학생이네요.”
애라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던 애라가 갑자기 두눈이 커졌다. “박두산”이란 기사 이름이 박힌 명함장이 차문에 꽂혀있었던 것이다.
“박씨…같은 조선족이네요.”
애라의 입에서 조선말이 나왔다. 그러자 뒤에 앉은 녀자애도 “예, 맞아요”하고 반겼다. 그러면서 자기 이름은 박향미라고 자아소개를 했다. 그런데 애라가 볼라니 여지껏 향미라는 딸애만 재잘거리고 있을뿐 머리가 더부룩한 아저씨는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향미야, 혹시 너의 아빠는 벙어리가 아니야?”
애라가 아저씨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애라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는 사이 택시는 항천대학교 정문에 이르렀다. 그런데 큐알코드에 택시값을 찍으려고 보니 폰이 없었다. 그제야 폰을 이모네 집에 두고 나온걸 알았다.
“여기서 잠간만 기다리세요. 제가 얼른 숙소에 올라가 돈을 가져 올게요.”
“뭐, 됐습니다!”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야무진 향미도 돈은 그만두라며 인심을 썼다.
“그럼 전화번호를 줘요. 제가 한번 식사를 대접하죠.”
그 말에 향미는 책가방에서 종이와 필을 꺼내더니 자기 휴대폰번호를 적어주었다.
며칠이 지난 휴일날이다. 늘 그랬듯이 이마에 붉은 띠를 동여 맨 애라는 발밑에 동그란 바퀴들이 조롱조롱 달린 로라를 신고 신나게 대학가를 누비고 있었다. 이때 옆을 지나가던 택시기사가 차문으로 얼굴을 내밀며 애라한테 길을 물었다. 문뜩, 그날 밤 택시를 공짜로 탔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시간잡아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향미한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전 넘 바빠요. 오래잖아 기중시험 있거든요.”
“그럼 아빠는?”
“아빠는 더 안돼요. 매일 오전 아홉시에 차를 몰고 나가면 저녁 열두시 넘어서야 집에 와요.”
“택시영업은 매일 두 사람이 륜번으로 하는거 아니니?!”
“저의 아빤 하루종일 혼자서 일하세요.”
“그럼 엄마는 무슨 일 하지?”
“엄마는 한국에…”
향미는 아빠와 엄마는 리혼을 했는데 자기는 아빠와 같이 산다고 했다. 원체 성격이 활달한 아이여서 동네 이야기를 하듯 그런 말도 힘들지 않게 꺼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는 엄마는 돈을 보내려고 하는데 아빠는 엄마 돈은1전도 받지 않고 전부 당신 혼자 벌어서 세사람을 먹여살린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세사 람이냐고 물으니 할머니도 계셨는데 지난해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 말에 너의 아빤 참 힘들게 일하시는구나 라고 했더니 향미는 세상에 자기 아빠 같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팽이처럼 바삐 일하면서도 매일 아침이면 밥을 짓고 학교가는 향미의 머리를 빗어주고 또 할머니가 살아계실땐 변비가 심한 할머니의 대변을 매일 손가 락으로 파주셨다고 했다.
애라는 그렇게 딸 향미를 통해 두산아저씨를 알게 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도 향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한가지 속이 탄 일이 생겨서 언니 도움을 받으려고 해요.”
“무슨 일인데 말해보렴.”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한테 돈 만원 꿔줬는데 기한이 지났어도 돌려주지 않는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이 쓴 차용증을 어디다 두었는지 방안을 히뜩 번져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아빠도 저도 밥맛을 다 잃었어요…”
“애두 참,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그러니… 혹시 아빤 돈 꿔간 그 사람하고 메일 같은 거 주고 받니?”
“예, 아빠가 위챗으로 돈을 돌려달라고 글을 써 보내는걸 저도 봤어요.”
“좋아, 그럼 시간나면 이 언니 아빠를 한번 보자고 한다고 알려줘!”
딸애한테서 그 소식을 전해듣자 마음이 불 같은 두산아저씨는 택시영업을 하다말고 곧바로 항천대학으로 찾아왔다.
“아저씨, 꿔준 돈은 만원이라고 했죠?”
애라가 물었다.
“예!”
“그럼 그 사람한테 내가 꿔준 돈 1만 2천원을 왜 아직도 값지 않냐고 메시지를 띄워요.”
두산아저씨는 애라가 시키는 대로 위챗에 글을 써서 상대방에 보냈다.
“조금 있으면 그 사람한테서 회답이 올 거래요.”
애라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들고 있던 폰에서 때랭- 소리가 났다. 벌써 메시지가 들어왔던것이다.
-이 사람 산 눈 빼먹자고 드네, 내가 당신한테서 돈 만원을 꿨지 어디 1만 2천원인가?
“됐네요. 이 글이 바로 그 사람이 아저씨 돈 꿨다는 증거잖아요.”
“야-! 정말 그렇네, 고맙습니다!”
두산아저씨의 얼굴은 단통 밝아졌다.
그날 저녁, 아저씨는 일찌감치 일을 마치고 애라를 음식점으로 청했다.
애라는 며칠 전에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저녁 계산은 자기가 한다고 나섰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펄쩍 뛰였다.
“그런 말 어디 있습니까. 학생 때문에 난 돈 만원을 건졌는데요.”
아저씨는 애라가 더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손사래를 쳤다. 애라는 한국에 있는 엄마가 돈을 보내겠다는것도 한사코 받지 않는다고 하던 향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계산에 대한 말은 더 꺼내지 않았다.
“학생, 술을 마셔요?”
“예, 맥주 두병쯤…아저씨는요?”
“난 술이고 담배고 끊은 지 오랩니다.”
“아저씨, 이제부터 제가 오빠라고 불러도 되지요?”
“허허 그러던지…”
“그럼 오빠도 말을 내려요. 저한테 존대말을 쓰니 듣기가 어색해요. 그런데 오빠! 오빠는 왜 그렇게 고달프게 살아요?”
애라는 맥주를 찬물마시듯 꿀꺽꿀꺽 마셨다.
“허, 우리 같은 사람이야 다른 재간이 없으니까 이렇게 살 수 밖에…”
“아니, 오빤 스스로 목을 조이며 고달픈 삶을 자초하고 있어요. 향미한테서 듣자니 한국에 있는 향미엄마가 돈을 보내려는 걸 오빠가 싫다고 딱 자른다면서요? 왜 그러세요. 향미를 키우는데 엄마몫도 있으니 돈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그리고…”
애라는 이번엔 맥주 한컵을 단모금에 들이켰다.
“한국에 있는 향미어머니는 향미가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그리고 향미는 또 엄마의 품이 얼마나 그립겠어요. 그런데 오빠는 모녀간에 전화통화도 못하게 한다면서요. 그러면 안되죠…오빠. 제 말 틀리는가요?”
“아니, 틀리지 않아… 그리고 여지껏 이런 말을 따끔히 해주는 사람은 애라밖에 없었어.”
“호호… 전 오빠 동생이니까요.”
그날 애라는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술상에서 한번 해본 말인데 두산오빠가 그 말을 깊이 새겨들을 줄은 못했다
향미가 입에 꿀을 바르고 전하를 했다. 언니는 아빠한테 어떻게 말했길래 아빠는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란다는것이다. 그러면서 언니는 아주 경우 밝고 똑똑한 대학생이라고 하더라는 말까지 그대로 전해주었다.
애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처럼 두산오빠는 참 반듯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그저 가정에 대한 욕심과 책임감이 많은 사람인줄만 알았는데 사귀여보니 거짓이 없고 아주 선량한 사람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애라는 두산오빠와 자주 만났다. 두산오빠도 애라가 부르면 싫다소리가 없이 차를 몰고 약속한 지점에 와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애라의 가슴에는 박두산이란 한 남자가 서서히 자리를 틀게 되였다.
어느날 저녁, 둘은 또 조용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되였다.
“오빠, 솔찍하게 말해봐요, 오빠 눈에 이 녀동생이 정말 예쁘죠?!”
“허허 예쁘다기 보다는 귀여운편이지!”
“그럼 오빤 귀여운 이 동생을 녀자로 생각해본적 있으세요?”
“녀자로?...그게 무슨 소린데?...”
“호호 저는 오빠를 점점 저의 남자로 생각하게 되는데요.”
“뭐라구?...”
두산오빠는 놀라서 단통 얼음강판에 자빠진 황소눈이 되였다.
“너 미쳤구나. 싫어! 난 그건 싫어!”
“왜 싫은데요?”
“나는 개미처럼 밑바닥 인생을 사는 초라한 인간이야, 너는 달나라 별나라 하며 우주를 연구하는 당당한 대학생이구, 그 보다도 난 너보다 스므살이나 더 많아, 알어?”
“나이는 수자에 불과하거든요.”
“그래도 이건 아니야, 내 딸이 너보다 고작 다섯살 아래야… 그러니 너를 녀자로 생각하면 난 부담스러워 못살아!”
“호호 그런데 어쩌죠. 전 오빠가 좋은데요…”
“너 점점 허파에 바람 찬 소리만 하는구나, 그래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냐?”
“오빠 이름에 ‘산’자 있잖아요. 오빠는 큰 산처럼 듬직하고 든든해요. 그리고 나이 있고 풍파를 겪은 오빠이니 젊은 사내들과 달리 성숙된 남자구요. 그러니 저는요. 오빠한테 안해도 되고, 동생도 되고, 딸도 되여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며 행복하게 살수있을것 같아요. 오빠!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어디 있죠?”
그날 저녁 애라는 맥주를 마시다 말고 소주를 달라고 해서 독한 소주를 한병이나 굽을 냈다.
이튿날 아침, 애라가 눈을 뜨고 보니 향미가 생글생글 웃으며 곁에 앉아있었다. 두산오빠는 술에 취한 애라를 자기집으로 업어다 향미와 한방에 재웠던것이다.
“우리 아빤 간밤에 한잠도 못 잤어요.”
향미의 말이였다.
“더운물로 언니 발을 씻어주고 꿀물을 타 언니를 먹이고 그리고 한시간에 한번씩 방에 들어와서 언니의 이마를 짚어보군 했어요. 호호호”
“내가 크게 망신을 한거니?”
“아니, 그래서 웃는게 아니라… 아빤 언니를 좋아하는것 같아요.”
“호호호 아니야, 그 반대야, 실은 내가 너의 아빠를 좋아해!”
“어머- 세상에? 그러다가 언니 정말 저의 새 엄마가 되면 전 언니를 뭐라고 불러야 해요?”
“음- ‘언니엄마’ 어때?”
“그럼 언닌 아빠를 어떻게 부를래요?”
“음- ‘여보오빠’ 멋있다 그지?!”
애라와 향미는 침대에서 딩굴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때부터 애라는 밤이면 자주 두산오빠가 영업하는 택시에 앉아 불밝은 거리를 누볐다. 말수적은 오빠는 핸들을 잡고 열심히 차를 몰았고 그 옆에 앉은 애라는 귀에다 플래시를 걸고 음악을 듣지 않으면 영어공부를 하군 했다. 그러다가 손님이 택시에 오르면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를 했고 차에서 내릴때면 애라가 택시값을 받으며 주인행세를 했다.
어느날 해질무렵, 두산오빠가 손님을 태운 택시를 몰고 항천대학으로 달려왔다. 정문에서 기다라고 있던 애라가 차에 올랐다. 그 손님은 송화강변에 있는 쓰딸 린공원에서 내렸다.
“오빠 우리도 잠깐 여기에 내려요.”
애라는 두산오빠의 팔을 끌며 택시에서 내렸다. 날은 저물고 있었지만 수림이 우거진 공원은 아롱다롱한 불빛으로 한결 아름다웠다. 애라는 두산오빠의 팔장을 끼고 수양버들이 늘어진 강변길을 천천히 걸었다.
“오빠, 오늘은 저와 오빠가 만난지 딱 2백일 되는 날이래요.”
“어, 벌써 그렇게 됐어, 그럼 어디 가서 좋은걸 먹자!”
“먹는건 천천히 하고 오빠 저한테 정식으로 프로포즈 해요.”
“여기서?... 프로포즈는 사랑하는 녀자 손에 가락지 끼워주는거 아니야? 난 그런 준비 안했어…”
“호호 제가 준비했거든요.”
애라는 핸드빽에서 빨간 반지함을 꺼내 두산오빠의 손에 넘겨준다. 함지를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가 샛노란 금반지가 들어있었다.
“이럼 넌 엎드려서 절받는거 아니냐?”
“엎드리든 앉아서든 절만 받으면 되죠 뭐.”
두산오빠는 머리많은 더수기를 긁으며 애라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난 한국에 계시는 너의 부모님이 근심스럽구나. 이제 우리의 일을 알면 그분들은 혀를 물고 그 자리에 쓰러질것 같아.”
“오빤 무슨 쓸데없는 걱정 그리도 많아요. 그런 걱정 붙들어 매요.”
“어디 걱정 안하게 됐냐?”
“오빠 이제 한국엘 한번 다녀오면 일이 술술 풀릴거래요.”
“한국에 가서 너의 부모님 앞에 무릎꿇고 빌어라고? 그런다고 되겠냐?”
“아니 그 반대로 해야죠, 난 딱 싫은데 이집 딸년이 죽자살자 따르는걸 어쩝니까. 두분께서 좀 그 애가 저한테서 떨어지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말해야지요. 호호호 무슨 일이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쉽게 삽시다. 여보오빠!”
“넌 정말 젊어서 그런지 생각하는게 많이 다르구나.”
“그죠? 오빠도 이렇게 총명하고 귀여운 대학생처녀가 곁에 붙어다니니 기분좋 지요?!”
“그래, 먹지 않고 살아도 배가 부를것 같다.”…
어느덧 졸업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애라는 한가하게 두산오빠의 택시에 앉아다닐 겨를이 없었다. 졸업론문도 써야하고 마음에 드는 직업도 찾아야 했다. 그런데 항천대학 “우주공학”전업이라고 하면 이름이 뜨르르 한것 같은데 생각밖으로 오라는 회사들이 별로 없었다. 어느 날, 애라는 중학생인 향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향미야, 이 언니 졸업하고 중학교교원을 하면 어떻겠니?”
애라가 이렇게 물으면 향미는 “언니, 교원이 좋겠어요!”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직업 없을가요?”라고 말하려니 했다. 그런데 향미는 “그건 언니 마음대로 하세요”하고 김빠진 소리를 했다.
“너 왜 그래? 어디 아프니?”
“아니요. 속 타는 일 또 생겼어요.”
“이 언니 뭐라하던, 쓸데없는 걱정은 붙들어 매라고 하지 않던. 그래 이번엔 또 누구냐?”
“이번엔 애라언니 때문에 속이 타요.”
“뭐? 나…때문에…너 진담이냐? 우리 당장 만나서 얘기하자.”
“아니요, 전 언니 얼굴을 보면 속에 말을 터놓지 못 할것 같아요. 제가 메일을 할게요.”
이윽고 애라의 폰에 메일이 들어왔다.
-한국에 계시는 엄마가 저랑 아빠랑 같이 살자고 매일 전화가 와요.
맑은 하늘에 비구름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그래??...그럼 아빠는 무슨 태도지?
갑자기 심장이 쿵쿵 방아를 찧고 있었지만 애라는 극력 태연한 척 하려고 애를 썼다.
-아빠는 안된다고 딱 잡아떼죠. 그런데 아빠도 고민이 많은것 같아요. 며칠전부턴 안피우던 담배도 피워요. 어제 저녁엔 저한테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어요.
-그럼 향미 너의 생각은?
향미는 한참이나 뜸을 들이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전 한국에 있는 엄마하고 살고싶어요. 저를 낳아준 친 엄마 니깐요. 그런데 애라언니도 싫지 않아요. 언니와 저는 친 자매처럼 살면 안될가요?
애라는 손이 떨려 더는 글을 쓸수가 없었다. 별안간 누구한테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것 같았다.
… …
불밝은 저녁이다.
애라는 려행용가방을 들고 남방의 도시 광주로 가는 렬차에 올랐다. 아침에 두산오빠의 폰에 “오빠, 향미랑 향미어머니랑 같이 행복하게 사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띄우고는 폰을 아예 바꿔버린 그녀였다.
좌석을 찾아앉은 애라는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낮에 많이 울어서 눈등이 뻘겋게 부은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만 울었으면 된거야, 이젠 더 울지마!”
애라는 거울을 들여다 보며 스스로 자기 얼굴에 눈을 부라렸다.
렬차는 서서히 북방의 얼음도시를 떠나고 있었다. 애라에겐 정이 많이 들었던 도시였다. 거리마다 크고 작은 차량들이 미끄럼질 치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그 속에는 택시들도 있었다. 두산오빠의 차 모양과 꼭 같은 택시는 애라의 눈을 자극하다 어느 사이 사라져 갔다…
출처:료녕신문 2019년8월16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