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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2022년 02월 18일 10시 10분  조회:28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의뢰인

□현청화


 

생명공학이 고도로 발달한 2522년.

S시 생명과학연구소에서는 한 특별한 의뢰인을 맞이했다.

“그 일이 발생한 후 단 한순간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어요.”

눈앞의 녀인은 곧 쓰러질 듯 가녀린 모습을 한 채 눈물로 호소했다.

“다 제 탓이였어요. 제가 한눈만 팔지 않았더라면… 하루, 아니 단 한시간만 다시 제 딸을 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 그 대가로 내 목숨을 송두리 채 내놓는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어요. 뉴스에서 가능하다고 했잖아요. 그게 원칙을 어기는 일이라는 건 알아요. 그래도 세상 일에는 원칙보다는 례외라는 것도 있는 법이잖아요.”

권소장은 임비서에게 눈짓을 했다. 임비서는 얼굴을 막고 오열하는 녀인에게 커피를 타주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그는 담배 한가치를 꺼내들었다. 연기도 나지 않고 니꼬찐 함량이 제로인 전자식 담배지만, 그 맛은 완연하게 오리지널 담배 맛을 닮아있었다. 산업화가 발전할수록 물질문명이 특이점에 가까워졌고 과거 감성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과 추구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례를 들면 백년 전에 사라졌던 커피가 다시 테이블에 등장했고 200년 전에 사라졌던 전자담배가 다시 사람들의 손에 들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옛것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은 다만 물건에만 제한된 게 아니였다.

“엄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사랑하는 그녀와 작별인사도 못했어요.”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그동안 무수한 의뢰인들이 찾아왔지만 그의 간단한 한마디에 망설이다가 돌아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회한은 회한 대로 남겨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였다.

“그렇다면 뉴스에 발표한 의미는 뭐죠?”

임비서도 궁금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범죄 수사를 돕기 위한 발표야. 수사 협조기관으로서 의무를 한 거지. 세간에서는 흔히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제 그 규례를 깨고 죽은 사람에게 말을 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려야 범죄가 줄어들 게 아니야.”

의학이 발전하고 시약이 업그레이드 되자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암 바이러스 같은 건 사라졌고 대신 범죄와 심리질병이 창궐했다. 최첨단 과학기술은 교통사고나 자연재해 같은 것만 예고해서 사고를 대처할 수 있을 뿐, 지금 눈앞에 있는 녀인의 딸처럼 우울증 판정을 받고 고층 건물에서 뛰여내려 유명을 달리한 사실은 개변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묻고 싶었어요.”

녀인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임비서가 커피 한잔을 더 가지고 들어왔고 그녀가 비운 커피잔을 내갔다.

“성적이 내려가서 조금 꾸지람한 게 다예요. 아무리 과학적으로 모든 지식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세월이긴 하지만 뇌를 전혀 쓰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어찌 그런 모진 선택을…”

“그렇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권소장은 드디여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찾아온 의뢰인들은 다 어머님처럼 자기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서였어요. 고인이 된 분을 굳이 소환하게 되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뉴스에서 보시다 싶이 우리는 고인을 소환하는 데 불변의 법칙 즉 생명공학의 륜리원칙을 따라야 하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녀인이 다시 눈물을 쏟으면서 소리쳤다.

“그 애는 내가 자길 싫어하는 줄 안단 말이예요! 그게 아니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예요. 그 애가 상상한 그 이상으로!”

그는 담배 한모금을 깊숙히 빨았다. 비록 연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 고유의 혼탁한 맛은 그의 판단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생명공학이 어떻게 발전을 하든 생명의 륜리와 사망의 존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이 시대의 과학자들에게도 하나의 과제로 남은 신성불가침의 령역이 될 것이다.

한편 임비서는 의뢰실 밖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경찰서죠? 녀고생 추락사고 용의자 제보입니다. 커피잔에 남은 조직세포의 DNA가 녀고생 손톱에 끼인 살갗의 DNA와 동일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습니다. 네? 다른 증거요?”

임비서는 의뢰실 쪽을 한번 쳐다본 후 덤덤히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을 소환하는 게 가능한지 떠보는 사람은 있었어도 자신에게 해가 되는 걸 감수하고 고인의 하루 시간과 맞바꾸는 의뢰인은…단언컨대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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