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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의 계시
2022년 03월 02일 15시 19분  조회:227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흑백사진의 계시

글 궁금이 · 방송 강설화

 

 

 

   

    외사촌동생으로부터 어렸을 때 찍은 사진 한장을 받았다. 우리 마을에 놀러왔을 때 누가 찍어줬었나 보다. 찍었던 기억이 없는데 왼쪽에는 외사촌남동생이고 오른쪽에는 사촌녀동생이다. 셋이서 “영광의 집”이라는 패말이 붙어있는 벽돌집 앞에서 찍었다. 

  

    사진에서 두가지 신호가 읽힌다. “영광의 집”이라고 함은 그 집에서 군대에 간 사람이 있다는 얘기고 마을의 대부분이 초가집에서 살았던 시절에 벽돌로 됐다는 건 잘사는 집이였음을 의미한다. 

  

    “어째 우리 둘은 붉은넥타이가 없고 녀동생만 매고 있지? 그러고 보니 우리 둘은 영 없어 보이오.”

    나도 무슨 원인에서인지 모르겠는데 셋중에 사촌녀동생만이 보란 듯이 넥타이를 매고 있고 우리 둘은 “민간인”차림이다. 그런대로 굳이 자존심을 세우자면 녀동생은 웃옷주머니가 없는데 나와 외사촌동생은 웃옷주머니에 뚜껑까지 달렸다. 아직 연필을 썼을 때의 나이라 만년필만 안 꽂았을 뿐이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습디다.”

    전에 우리나라에 관광을 온 한국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얘기다. 사진기가 고가품이였던건 물론 필름을 썼던 시절이라 사진 한장 남긴다는 게 지금의 휴대폰카메라로 찍어대듯이 흔한 현상이 아니였다. 필름 소모해가면서 사진으로 남겨준다는 건 선택된 배려였다. 

 

    주말에 식물원에 갔더니 아직 어떤 꽃도 피지 않은 상태에서 겨우 푸름을 자랑하는 식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아주머니들의 표정이 매우 행복하다. 타성에서 어렵사리 관광을 왔다면 충분히 가능한 그림인데 억양을 봐서는 전부 현지인들이다. 물론 배경이 화사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사진의 핵심은 그래도 사람이다. 오히려 배경이 너무 튀면 사람이 묻히는 수도 있다. 

  

    지금은 술한잔 하다가도 식당 종업원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찍어도 현상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 위챗으로 전송해서 공유하고 클라우드에 저장이 돼서 영원히 없어질 위험도 없다. 그래서 실물로 현상되여 나온 옛날 사진이 더 소중해진다. 시골에서 간만에 시내에 들어갈 기회가 생기면 일부러 사진관을 찾아서 찍었던 그런 사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진은 찍는 순간 과거가 되고 그 순간으로 하여 과거가 또렷이 남겨진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진귀해진다. 그래서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라는 식상한 말도 나온다. 엄마가 계셨을 때는 쩍하면 사진첩을 끄집어내서는 한참을 번지다가 나까지 끌어들여서 보라고 했다. 엄마가 안 계시고 이제 사진첩을 뒤져본 지도 몇년은 되는 것 같다. 90년대 후반 조선에 함께 갔던 선배가 어느날 서해갑문 해수욕장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내왔었는데 감회가 깊었다. 평양에 있었던 3개월간의 모든 일들이 그 사진 한장으로 쭉 이어져서 떠오르면서 사진의 가치를 몇배로 높여주었다. 

 

    얼마전에 외사촌형이 북경에서 수술을 받고 난 뒤에 외사촌동생으로부터 받은 사진이라 느낌이 또 달랐다. 그 사이 시간이 많이 흐른 느낌이고 갈수록 줄어드는 친척 관계가 더 소중해지는 느낌이다. 방역상 원인으로 옛날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촌관계가 어디 가지는 않는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적어진 나이에서 정에 대한 사람의 인식은 한결 더 집착하는 쪽으로 바뀌여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친척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고 전반 인간관계에로 넓혀지고 있다. 웬만한 일로는 따지고 싶지 않은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생각이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나쁜 일일가 싶다. 사사건건 옴니암니 캐봐야 본인만 피곤하고 세상은 원래 무슨 모양이였으면 어김없이 그 모양대로 돌아간다. 자기 존재와 역할을 과대 평가할 필요가 없다. 서서히 가열하는 물에서 죽어가는 개구리를 웃는데 개구리가 무슨 죄냐는 생각도 한다. 사람은 자기도 못하는 것을 말못하는 동물에 의탁하는 묘한 경향을 갖고 산다. 

 

    살아가는 데 정답이 없음에도 자꾸 자기만의 답안을 제시하려 한다. 그리고 본인의 주장이 미래지향적이고 모범답안이라 착각하고 강요한다. 지레대 하나만 주면 지구라도 들 것처럼 정서가 격양되여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바꾸려 한다. 그러다가 여의치 않으면 울적해지고 그 울적함이 또 다른 불만을 낳는다. 허구한 날 체중만 뜨지 말고 자기의 위치와 능력의 좌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기 체중의 20배의 물건을 든다고 해도 개미는 결국 개미다.

 

    불만과 사리를 구별해도 많이 편하게 산다.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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