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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산
2022년 03월 09일 10시 11분  조회:156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엄마의 유산

김상복 


가난한 농민가정의 셋째딸로 태여난 나는 21살 때 한마을 총각과 결혼하였다. 형제중 둘째인 남편은 아래로 남동생이 네명 있었고 14명이나 되는 식솔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러한 대가족으로 시집 가기 전 내가 엄마한테서 물려받은 한가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장을 담그는 방법이였다. 식구가 많다보니 메주를 쑤어 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으면 생활에 여간 보탬이 되는 게 아니였다. 엄마도 여직껏 친척들한테 장과 간장을 나누어주며 살아왔다. 이젠 그 일을 내가 맡아할 때가 온 것이다.
 
 
메주를 만들려면 우선 콩을 깨끗이 씻어 물에 불구었다가 삶아야 한다. 삶은 콩을 다시 절구에 넣고 찧어 둥글게 모양을 낸 뒤 흙집 가마보에 달아맨다. 음력 10~11월부터 정월까지 그 메주를 띄운다. 그런 다음 밖에 널어 10일간 바람에 말리우면 냄새가 없어진다. 그후 깨끗한 물에 씻어서 장을 담그면 된다. 먼저 장을 담글 큰 독에 깨끗이 씻은 메주를 차곡차곡 넣는다. 그 다음 물 30근에 소금 세사발의 비례로 메주가 물에 잠길 만큼 계량하여 물을 붓는다. 10일후부터 장독의 물로 간장을 만들 수 있다. 간장은 소금이 우에 뜰 때까지 달여줘야 한다. 싱거우면 소금을 더 넣어주며 조절해야 장이나 간장이 그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엄마가 강조했었다.
 
나는 시집 간 첫해부터 지금까지 53년간 엄마한테서 배운 대로 메주를 만들어왔다.
 
메주로부터 장과 간장이 되려면 적어도 100일이 걸린다. 그리고 삶은 콩을 50시간 정도 상온에 두면 구수한 맛을 내는 청국장이 된다. 장과 간장, 이것은 엄마가 나한테 물려준 참 소중한 유산이다.
 
 
 
올해는 메주를 쑬 때 녀동생이 딸애와 손녀를 데리고 놀러 왔다. 방금 가마에서 푹 삶아낸 콩을 맛 있게 먹는 조카와 손녀를 바라보노라니 너무 흐뭇했다. 
 
콩이 수동교반기에서 국수가락처럼 밀려나오는 것을 희한하게 지켜보는 그들 때문에 지루할 번했던 일이 한결 재미가 났다. 나는 잘 갈린 콩으로 메주를 빚기 시작했다. 손녀가 자기도 해보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인다. 콩알 만한 녀석이 나를 따라 메주를 조물락조물락 만지고 찰싹찰싹 쳐가면서 모양을 내겠다고 용을 쓰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이 메주로 장과 간장을 내면 또 요 녀석 입에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엄마의 손에서 내 손으로 물려온 메주지만 이젠 더 이상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유감스럽다. 가마와 온돌이 있는 집에서 푹 삶고 잘 띄워야 장과 간장이 그 진맛을 낼 텐데 친척들도 자식들도 다 시내에 살다보니 만들 수 있는 조건이 안되니 말이다.
 
나는 해마다 100여근의 콩으로 장과 간장을 만든다. 시내에 살고 있는 형제들과 친척들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많은 먹을거리를 사오지만 한평생 흙과 씨름하며 산에서 살고 있는 나는 친척들에게 줄 수 있는 물건이 장과 간장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너무 행복하다. 백일간의 정성이 듬뿍 담긴 토장과 간장을 들고 돌아서는 그들의 뒤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고달팠던 일상이 싹 잊히며 나라는 존재가 아직 쓸모가 있구나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앞으로 몇해나 더 장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년 장을 담글 생각이다.

<<문화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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