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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링
2022년 03월 22일 10시 45분  조회:216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윈터링

□ 허연주


계단에서 들려오는 숨가쁜 소리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키가 작달막한 남자가 곧장 603호로 가더니 그녀의 집 문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쿵… 쿵 ”

낡은 아빠트 6층에서 찬 바람을 맞고 있자니 신경이 곧장 예민해졌다. 오랜만에 찾아 온 한파가 무릎 안쪽을 파고드는 동안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일가? 소음이 사라지고 남자가 붙이고 간 종이가 매서운 겨울바람에 펄럭이였다. 법정에 출두하지 않으면 집이 곧 경매로 넘어간다는 내용이였다.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열흘 전 즈음이였다. 경력도 단절된 그녀가 디자인 심사를 통과하고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자체가 아이러니했다. 문이 열리고 놀란 그녀가 우리 말로 “현석아”라고 나의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답을 피했다. 인사팀과 함께한 자리였기에 어설픈 인사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싫어서였다. 어린시절 기억으로 점철된 그녀에게 사회적 평가의 자대를 들이 댈 수 밖에 없는 자리였다.

“혼인 란이 비여 있네요?”

“리혼… 했습니다.”

겨울을 보내기엔 추워 보이는 신발이 여유롭지 않은 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작품은 훌륭하지만 재혼과 출산의 우려가 있다는 인사팀의 보고에 나는 입사 통지를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급하게 면접실을 나가는 그녀에게 명함을 건네 주었지만 그녀는 련락을 하지 않았다.

나라도 련락을 하기 싫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하고 싶은 말보다 해야 되는 말이 중요한, 중년이 되여버린 우리를 생각하던 그날 아침은 다 낡은 넥타이를 고르면서 참을 수없이 지독한 우울함이 찾아왔다. 오래 된 친구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고립된 계절의 혹독한 추위를 피하 듯 촘촘히 붙어있는 아빠트 입구로 들어서는 찰나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구급차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급대원들이 스쳐 지나갔다.

“리혼하고 혼자 산다는 그 처자 맞소?”

“참하게 생겼더니 자살이라니!”

귀가의 소음들이 먼지처럼 하얗게 되여 사라졌다. 나는 더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6층을 향해 정신없이 뛰여 올라갔다. 그렇게 빨리 뛰여본 것은 생전 처음이였다. 제발 아니기를 바랬다.

둥그렇게 모인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나서야 새롭게 붙어있는 딱지가 보였다. 전기 료금을 물지 않을 경우 전기를 중단한다는 통지서였다. 내몰려진 현실의 끝에 위태롭게 서있던 그녀를 잡아주지 못하고 차거운 방바닥에서 삶을 마감하게 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냥 돌아가서는 안되는 것이였다. 부당한 리유로 입사가 보류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친구의 불행에 등을 돌리던 자신에 대한 원망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여 가슴을 란도질 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곤두박질 치듯 떨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퀭한 표정으로 란간에 걸쳐있는 내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너…”

습도 높은 한 겨울의 도심 속에서 환청처럼 들려오는 그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거기 아냐.”

그녀가 603호 앞에 쭈그리고 있던 나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추운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603호를 응시하고 있었다. 턴넬과 같은 긴 겨울을 나기까지 얼마나 심각할지 모르지만 잠시라도 따뜻하게 발 붙일 곳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전기료금 고지서를 떼여 지갑에 넣어두었다. 응급차가 떠난 길에 하얀 눈이 떨어졌다. 춥고 결핍된 계절의 끝에서 그녀에게 물었다.

“살릴 수 있겠지?”

“그럼.”

단호한 모습으로 눈 속을 한참이나 걸어가던 그녀가 웨쳤다.


“매화다!”

얼어 붙을 것같은 한 겨울의 추위를 자양분 삼아 피여난 매화에게 시선을 뺏긴 그녀를 보다 흰 눈이 겹겹이 쌓인 나무가지를 툭 하고 건드렸다. 떨어지는 흰 눈 사이로 그녀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입사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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