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wenxue 블로그홈 | 로그인
조글로 문학닷컴

※ 댓글

  •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
<< 4월 2026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수필

나의카테고리 : 연변일보 해란강

2022년 03월 22일 10시 47분  조회:23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 리향옥


시험장에 들어갔다. 긴장감에 머리가 터질 듯 아파나고 텅 빈 공백상태이다. 아무리 머리를 쥐여뜯어도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머리속은 하얗게 비여갔다. 필을 든 손은 가늘게 떨려 시험지에 뭘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안달아난 심정은 뒤죽박죽이 되여버려 식은 땀이 쫙 흘렀다. 가위에 눌린 듯 숨이 막혀 화들짝 놀라 깨고 보니 희붐히 밝아오는 새벽이였다.

산재지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종종 시험을 보는 꿈을 꾸었다. 항상 답을 몰라 시험을 망치는 장면이였다. 새로운 일을 접하고 진척이 잘되지 않아 무한한 고민에 빠질 무렵 똑같은 꿈이 질리게 등장하군 했다. 눈을 뜨고 다행히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쪽잠이 들었다 다시 깨여나는 바람에 엄청 늦었다. 흐리멍텅한 상태로 부랴부랴 출근길에 올랐다. 멀리서 전철이 역에 들어오는 게 어렴풋이 보여 계단을 밟으며 힘껏 뛰였다. 이번 전철을 타지 못하면 지각할 것이 뻔했다. 숨이 턱까지 올라와 헐떡거리며 주체할 수 없이 세차게 뛰는 심장을 어루만졌다.

회사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화장실도 뛰여가야 할 정도로 바쁠 때면 8시에 시작한 업무가 오후 5시 퇴근 시간까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가 다반사이다. 일이 몰리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무작정 잔업을 이어야 하는 상황에 건강과 의지는 과로로 인해 야금야금 갉아먹혔고 몸살이 났다. 아픈 부위에 차거운 파스를 부치고 아물거리는 눈에 눈약을 떨구고 또다시 일에 매달려야 했다.

잔업으로 늦어진 차디찬 밤길은 한산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불안에 찬 상태로 미지의 분야의 지식을 흡수했다. 시스템이 리론과 맞물려 소화를 할 수 있는지 꼼꼼히 데스트 했다. 난도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높았지만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문제점을 정리해 담당과 상의하며 하나하나 풀어갔다. 성격이 괴벽하기로 유명한 본사 책임자와 몇달 동안 부딛치며 크고 작은 상처자국을 남겼다. 가시밭에서 정답이 없는 업무를 파악하며 새 길을 개척해나갔다. 불혹의 나이에 온정을 바라던 나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그사이에 가슴 밑바닥까지 빡빡 긁혀 볼품이 없는 자존심은 깊은 한숨만으로 역부족이였다.

익숙한 불빛이 멀지 않은 곳에서 얼핏 눈에 띄였다. 늦은 밤 고객 한명 없는 옷가게는 고독하게 영업했다. 나는 불빛에 홀리기라도 한듯 문을 떼고 들어섰다. 삼일째 련거퍼 눈이 내려 단화를 신은 발은 얼어들어 따뜻한 신발을 구매하고 싶었던 것도 한몫 했다. 가게 주인은 내 발에 맞는 사이즈의 까만 구두를 내밀었다. 구두는 따뜻했지만 볼이 좁아서 금세 발이 아파났다. 옷을 위주로 파는지라 신발은 별로 없었다. 가게 주인은 인츰 두 사이즈나 큰 신을 내밀며 신어보라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볼이 넓다 하더라도 두 사이즈는 너무 한 듯싶었으나 가게 주인의 친절에 못이기는 척 신어봤지만 역시 어울리지 않았다.

이어 가게 주인이 추천해준 옷 몇 벌도 입어봤다. 그냥 한벌 정도 사려고 했는데 가게주인은 외투에 바지, 속옷, 양말 등 추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티셔츠 두벌이 마음에 쏙 들어왔지만 그중 하나만 고르고 싶어 잠간 고민에 잠겼다. 가게 주인은 두벌 다 사라고 입이 다슬 때까지 얘기했다. 주춤하다가 한벌만 사가지고 실망에 잠긴 가게 주인을 뒤로 하고 나왔다. 차거운 공기가 페부로 깊숙히 들어오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가게의 팽팽한 공기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너무 독촉하는 바람에 드바삐 뛰여나오고 말았다.

금년 겨울, 가게의 옛 주인은 아이를 출산하면서 가게를 접었고 직원으로 일하던 그녀가 인수인계 받았다. 그녀와 꽤 오래동안 알고 지냈고 원래는 매번 들릴 때마다 편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나누며 구매할 수 있어 즐거웠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게 주인이 되자 매출이라는 ‘산’ 앞에서 한벌이라도 더 팔려고 억지를 부리니 부담만 커갔다. 오래동안 면목을 알고 지냈는지라 거절하는데 힘만 들어갔고 원래는 편한 분위기가 무르익는 환경이였는데 지금은 팽팽한 공기로 숨막혔다.

십년 전, 그때도 겨울이였다. 몸과 마음이 얼어터져 진흙탕으로 얼룩진 길에서 갈팡질팡할 때였다. 본사에서 새 업무를 한달 만에 인수인계 받았다. 종류와 량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욱더 많았지만 배울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여러가지 업무를 단기간에 진척하는지라 나는 각 업무마다 일부분씩 배웠다. 담당은 한가지 업무를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배울 때 나는 매일마다 시간별로 각 업무를 습득하고 뒤죽박죽이 된 상태에서 귀국을 하였다. 엄청난 량과 인원부족으로 한동안 혼란상태에 빠지게 되였다. 매일 밤 늦게 집에 도착했고 나는 스트레스 해소로 정신없이 간식을 흡입했다. 위는 불온정한 정서와 음식습관으로 혹사를 당하고 말았고 반년 만에 위장염에 걸려 병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찬란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착각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보이지 않는 현실과의 괴리감에 나는 슬럼프에 빠져 낭떠러지에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였다.

반년 후, 인원을 보강하고 경험도 조금씩 쌓아가기 시작하며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동안 죽을둥 살둥 모르고 일에 전념했고 미지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나의 색갈이 다분한 길을 개척했다. 첫시작이 절반이라 하지만 새로운 길에서 항상 시행착오를 범하게 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젊음의 충동에 힘껏 불타오르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긍정을 받고 싶은 마음과 뭔가 이루기 위해 조급한 심정은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 같았다. 슬럼프에 빠질수록 랭정하게 분석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과로로 인한 정신상태는 늘 흐릿했다.

그번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업무를 인수인계를 받을 때면 내가 원하는 그런 과정으로 조금씩 순리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랭정을 찾고 멀리 내다보며 방향을 잡아 팀원들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갔다. 십여년 동안 그 바닥에서 점점 온정을 찾았지만 작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여 본의 아니게 또다시 팽이처럼 뱅뱅 돌아치게 되였다. 진행할 방법을 저절로 찾아서 팀을 이끌어야 했고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아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조금만 더 견지하면 나아질 거라는 희미한 희망 속에서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시간은 물처럼 조용히 흘러갔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일년 동안 테스트 기간을 걸쳐 드디어 출시를 하게 되였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준비했지만 아츠랗게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았다.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릴 정도로 분망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산 넘어 산인가 했더니 그래도 평지에 도착한 듯했다. 요즘은 칼퇴근을 할 수 있어 몸도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나는 퇴근길에 또 그 가게에 들렸다. 가게 주인은 책상에 다이어리를 펴고 뭔가 열심히 적고 있었고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어주었다. 신상이 많이 들어왔는데 저절로 찾아보라고 하였다. 나는 한바퀴 빙 돌면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봤다. 우리는 그냥 평소에 얘기하던 대로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나는 코트와 바지를 구매했다. 가게 주인은 양말을 선물로 챙겨주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였다.

그러고 보니 가게 주인이 새로 인수인계를 받았을 때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고객이 거의 없을 때였다. 그 시기에 때마침 내가 가게에 들렸고 가게 주인의 모든 정력은 매출에만 집중되였다. 나 역시 옷보다 위로가 필요했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수요와 제공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리해의 불일치로 우리는 서로 불편했다. 서로 마음의 여유가 없이 편한 관계는 힘들다. 보아하니 요즘 가게 주인은 매출이라는 ‘산’을 넘은 것 같았다.

인생길에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큰 산이 놓여있을지도 모른다. 매번마다 크고 작은 산을 넘고 나면 성취감으로 마음 가득 차지 않았던가?

  눈길에서 힘겹게 걷더라도 귀맛 좋은 그 발자국소리를 회억하노라면 아마도 앞으로 용감히 전진할 수 있을듯싶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의 이야기와 발밑에서 들리던 뽀드득뽀드득 소리는 마음 깊은 곳에 저장되여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들릴 것이다. 어둠이 드리워진 하얀 세계에서 나는 한보한보 어렵게 앞으로 나아갔었다.어쩌면 우리는 태여나서부터 자기만의 색갈이 다분한 발자국을 야무지게 찍으며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연변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9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3 재미나는 고비뜯기 2022-03-26 0 240
92 2022-03-22 0 233
91 윈터링 2022-03-22 0 215
90 공 (空) 2022-03-11 0 379
89 의뢰인 2022-02-18 0 282
88 새해, 립춘에 즈음하여 2022-02-11 0 246
87 수의□ 백진숙 2022-01-28 0 302
86 노래 밟으며 꿈을 찾아서(외1수) 2022-01-05 0 250
85 가 을 (외 4수)□ 리종화 2021-12-10 0 937
84 움직일 수 없는 재산□ 리향옥 2021-11-26 0 262
83 거미줄 (외 7수)□ 김경희 2021-11-12 0 284
82 엄마의 소소한 행복 2021-09-29 0 348
81 양파 (외 9수) 2021-09-17 0 448
80 뒤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허명훈 2021-09-17 0 293
79 싸리나무 부업 2021-09-10 0 273
78 날아라, 민들레씨야 2021-08-30 0 264
77 노페인, 노게인 2021-08-27 0 250
76 귀향길과 귀가길 2021-08-20 0 210
75 하늘을 높이로 (외 2수) 2021-08-20 0 215
74 장미의 얼굴 2021-08-03 0 262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