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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는 고비뜯기
2022년 03월 26일 09시 14분  조회:24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재미나는 고비뜯기

□ 주덕진


살랑살랑 마술쟁이 부채 같은 봄바람이 한번 불자 굳잠 자던 겨울나무 기지개 켜며 깨여나고 두번 불자 적막하고 쓸쓸하던 강산에 신록이 피여나 봄기운이 완연하다. 물소리 졸졸졸, 우거진 버들방천에서는 꾀꼴새 새봄 노래에 성수 나고 양지바른 언덕 개활지엔 새뽀얗게 털을 뒤집어쓴 탐스러운 쇠고비가 누군가에게 어서 오라 손저어 부른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쇠고비 황금채집철이 닥쳐온 것이다. 춘경파종 다그쳐 끝내고 고비채집에 떨쳐나선 마적달촌 마을은 이른새벽부터 들끓기 시작한다. ‘란시에 앉은뱅이 없다.’고 그야말로 온 마을이 떨쳐나선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쇠고비값이 또 올라 1킬로그람당 24원, 웬간하면 한 사람이 하루에 40~50원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나와 안해도 뒤질세라 자전거를 타고 복새판에 끼여들었다. 산길에 들어서니 얼핏 보아도 200여대는 실히 될 듯싶은 자전거대오가 길을  메우며 흐르는 것이 장관이라 사람들 시선을 즐겁게 한다. 실로 이 몇년 사이 농민들의 생활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생산적극성 자극으로 농사는 농사 대로 짓고 개인 부업도 쏠쏠하니 말이다. 시대가 좋고 정책이  좋으니 천지개벽의 위력, 놀라운 변화가 이 산간마을에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반시간 좋이 달려서야 작은 넘마우골 어구에 이른 우리 부부는 앞치마를 두르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신록이 짙어가는 관목숲에 들어서니 싱그러운 풀내음이 코를 간지른다. 산 중턱에 이르니 가둑나무가 드문드문 서있는 개활지가 나타났다.

“아니, 저 고비 좀 봐요!”

어느새 고비를 발견한 안해가 소리쳤다.

그리 넓지 않은 개활지에 애어린 고비가 듬성듬성 돋아있어 꺾기가 한창이였다.

“당신은 왜 그리 굼뜨세요?”

쇤 부분을 가늠하며 꺾는 내 솜씨가 서툴어보였던지 지켜보던 안해가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나 대로 리유가 있다. 쇤 부분이 길면 산에서 짐이 되고 가공할 때도 자르느라 손길이 더 가야 하니까.

“먼저 꺾고 봐야지 그렇다고 주무르고만 있겠나요?”

안해는 핀잔하며 잽싸게 손을 놀렸다. 곁눈질로 안해가 꺾은 것을 보니 보자기에 무드기 쌓여있었다. 나처럼 꺾어선 정말 하루에 얼마 꺾을 것 같지 못했다. 제딴엔 손을 부지런히 놀리느라 애썼지만 숙련되지 않은 손놀림은 굼뜨기만 했다.

해살이 쭉 펴지자 산속은 바람 한점 없는 것이 시루 속처럼 찌는 듯 무더웠다. 그러나 시원한 그늘만 찾을 수 없는 상황인 우리는 땀투성이 되고 목에서 겨불내 났지만 산등성이를 넘고 골짜기를 누비며 고비를 찾아 이악스레 꺾었다.

우리 부부가 절반 짐을 채우고 보니 정오가 되였다. 우리는 점심 먹으러 물이 흐르는 골짜기로 내려갔다. 내가 시원한 물에 세수를 하고 자리를 정하고 앉으니 안해가 어느새 정갈하게 씻은 취잎을 앞에 놓는다.

“이건 어느새 뜯었소?”

나는 반색하며 물었다.

“당신이 즐기기에 보이는 대로 뜯었어요.”

“허, 덕분에 햇취쌈을 먹게 됐구만!”

안해의 배려에 나는 알싸하고 얼벌한 햇취쌈으로 점심을 만부하 충전할 수 있었다.

“당신은 수고비를 마구 꺾었구만요.”

식사를 끝내고 나의 나물짐을 뒤적여보던 안해가 얼굴에 그늘을 지으며 말했다.

“수고비를 꺾으면 어떻다오?”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다년간의 쇠고비 캐기 경험을 갖고 있는 안해가 고비에선 나보다 선생이였기 때문이다.

“수고비는 적은데, 많이 꺾어버리면 고비의 번식에 영향이 있대요.”

안해는 아는 대로 말해주었다.

“그러면 보호해야 되겠구만.”

수고비는 머리가 크고 실팍했다. 안해가 넘겨주는 수고비를 받아쥐고 살펴보노라니 나는 산을 아끼는 산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이 한가슴 뜨겁게 안겨왔다.

허리쉼을 하고 나서 방향을 바꾸어 동쪽으로 이동하니 넓다란 개활지가 나타났다.

문득 안해가 소리쳤다.

“아이, 이 돈을!”

돈이라는 소리에 내가 반신반의하며 달려갔다.

“돈? 돈이 어느 게요?”

내가 천진한 애처럼 물었다.

“보세요. 여기 한벌 깔린 것이 돈이 아니고 무엇이예요?”

안해가 손을 들어 빙 둘러 가리켜보이며 말했다.

“어?! 그래, 그렇지!”

안해의 손길을 따라 바라보던 내가 그제야 영문을 알고 “허허” 하고 웃자 안해도 “호호” 하고 따라 웃었다. 우리의 웃음소리에 산도 메아리쳐 화답했다.

넓다란 개활지에 털에 휩싸여 아기손 같은, 고개를 다소곳하게 숙인 고비가 융단처럼 한벌 쭉- 깔렸는데 노다지판이 따로 없었다. 고비가 탐스러우니 일손도 성수가 났다. 안해와 나는 승벽내기라도 하듯 부지런히 고비를 꺾었다.

“여보세요, 여기 고슴도치가 있어요!”

나물을 캐다말고 안해가 불시로 소리쳐 부른다.

“고슴도치라니?”

고슴도치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인 나는 안해한테로 달려갔다.

안해가 가리키는 손길을 따라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둬발작 앞에 온몸에 가시를 뒤집어쓴 고슴도치가 엎디여있었다.

내가 나무막대기를 찾아들고 고슴도치를 툭 치자 충격을 받은 고슴도치는 용수철처럼 벌떡 튕기며 공처럼 동그랗게 되였다.

좀 지나니 고슴도치가 또 몸을 느슨히 폈다. 내가 이번에 또 나무가지로 툭 건드리자 그놈은 에쿠나 하며 몸을 제꺽 움츠렸다.

“호호호…”

“하하하…”

고슴도치의 거동을 지켜보던 안해와 나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이 놈은 자기보호가 다른 동물들처럼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츠리는 것이라오. 그러면 아무리 사나운 범도 범접을 못하지.”

내가 어느 책에서 본, 고슴도치의 약하면서도 강한 자기보호술에 대해 알려줬다.

“내가 보기에 이놈이 배 부른 걸 보면 암컷 같단 말이요. 새끼 딸린 에미일 수 있지. 지금쯤 새끼들이 에미를 얼마나 애타게 찾겠소. 남편이 되는 수컷도 얼마나 고독해하겠소? 우리 인젠 이 고슴도치를 놓아주고 자리를 뜨기오.”

“고슴도치야 잘 있어, 우리 래년에 다시 만나자 빠이!”

우리 부부는 서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해가 기우는지라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따라 내려가며 소고비를 찾았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옹기종기 울라초가 자리를 틀고 앉은 초지에서 굵직한 소고비밭을 만나 짐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오후 4시쯤 짐을 정돈한 우리 부부는 산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 무거워라!”

묵직한 고비짐에 눌리운 안해가 힘겨운 나머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미안하오, 많이 뜯은 사람을 많이 지게 해서.”

자신의 무심함을 자책하며 나는 안해의 짐을 제꺽 바꿔메였다.

“말리우면 10근이 나올가요?”

안해는 까만 눈을 슴벅이며 묻는다.

“아마 그렇게 나겠지.”

나는 집에서 가공하던 때의 생각을 떠올리며 어림짐작으로 대답했다.

“아이, 그러면 120원이나 되네요.”

속구구를 해보다가 애들처럼 환성을 지르는 안해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피여오른다. 항상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안해는 쇠고비를 팔아 돈을 쥐면 먼저 아이들 학비를 치르고 다음은 창작학습반에 다닐 때 입을 남편의 옷을 지을 생각에 마음이 벌써 흐뭇해지는 듯싶다.

  산을 내려 자전거에 짐을 바꿔싣고 바람처럼 씽씽 달리는 우리 부부의 하루 피곤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마음은 흐뭇하기만 했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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